|
새벽에 행신역으로 설 기차표를 끊으러 가는데
첫 기차가 지나간다
거대한 환형동물처럼.
따뜻한 대화 같기도
무슨 열린 페이지 같기도 한
창문들이 지나간다
한 줄의 섬광처럼.
꽝 꽝 언 들판 위로
쩍 들러붙은 새벽과 밤을
야금야금 떼어 놓으며 가는
따뜻한 혀 하나
손가락 끝에 맑게 자라는 열 개씩의 창을 달고
사람들이 역사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시인은 불빛이 흘러나오는 첫 기차의 창을 보며 '열린 페이지' 라는 이미지를 찾아낸다. 그렇다. 새벽열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고, 열차의 창문은 펼쳐져 있는 이야기책의 한 페이지일지도 모른다. 오늘 새벽에도 셀 수 없는 사연을 담은 첫 열차가 섬광처럼 고향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