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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윽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 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 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시인은 견디기보다 “재는 것 없이” 사는 것과 “그냥 둬보자는 것”을 선택한다. 행(行)하고 먹는데 거리낌이 없어지자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자 여름밭과 시인은 “무명빛”으로 동화된다. “귀는 밝고 눈은 맑”아진다. 여름밭도, 시인의 마음도 평안해졌지만, 그 상태로 더 있기로 한다. 무아행(無我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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