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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칼럼】벌써 일 년-한예슬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20년 02월 28일(금)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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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예슬 전북극동방송 총무부
ⓒ 익산신문
‘신입’이라는 이름표는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바보로 만드는 힘이 있다.

취업에 성공하며 드디어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겠구나 했어도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 안에 자격증, A학점, 경력 한 줄은 통신사 카드, 메일머지 사용능력, 부재중 메모 한 줄보다 쓸모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동시에 자신감도 사라지면 알던 것들은 잊고 잘 하던 것도 틀리는 그야말로 ‘바보’로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가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침이다.

필자는 2019년 1월 1일자로 극동방송에 신규채용 돼 당시 익산에 개국 준비 중이던 전북극동방송에 발령을 받아 이제 근무한 지 만 1년이 조금 넘었다.

직장 경험은 있었지만 입사 때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지원했던 터라 학과공부나 경험들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두 친절하게 배려해줬지만 생소한 일, 생소한 분위기에 나이라는 자격지심까지 더해져 위축되고 조심스러웠다.

그럭저럭 정신없이 보낸 첫 달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피곤함’이었다. 뭔가 실수한 것 같은 불안감에 잠 못 이루다 잠든 후에도 지각할까 봐 수시로 깼고 정작 깨야 할 시간에는 피곤해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피로 누적 탓이었는지 기어이 3개월 차에는 사고를 쳤다.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본래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여러 가능성을 굳이 상상해서 걱정하다가 막상 일이 벌어지면 ‘이미 벌어진 일, 우는소리 할 시간에 수습하자’며 오히려 냉정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 본사에서 걸려 온 전화에 결국 참던 눈물이 터졌다. 처음 교육해준 사수 선배였다. 따뜻하면서도 툭툭대는 말투로 “괜찮냐”고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수돗물처럼 줄줄 흘렀다.

미뤄뒀던 두려움과 걱정, 그동안 잠 못 이룬 시간, 수습하려고 이 악물고 긴장했던 일, 나를 믿고 맡겨 준 분들, 칭찬과 응원으로 힘을 준 직원들이 떠오르며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이 회사에 입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 그 이유를 벌써 잊고 여전히 긴장하고 경계하며 예민하게 굴던 내 모습이 한심했다.

이후 타 지사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선배들이 기꺼이 출장 와서 수습을 도와주고 지금도 메신저로 어렵거나 모르는 것들을 질문하면 답뿐만 아니라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나눠준다.

‘벌써’ 하지만 ‘아직’, 1년밖에 안 된 여전히 서툰 신입이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손잡아주는 선배가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동료도 생겼다.

규정이나 강제성 없이 자유 의지에 맡겼을 때 이기적인 소수에 대해 우려할 수 있겠으나 전반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소수에 의해 바뀌기보다는 소수가 문화에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높은 자리에서도 대접받기를 거부하고 ‘동료’이기를 자청하는 선배들, 그들과 닮아가기를 꿈꾸며 성장하는 후배들이 세대를 이어 기업을 이끌어 간다.

이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지원하고 유지하기 위한 운영진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을 때 단체는 더욱 힘을 얻는다.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줄 때 구성원들은 인정받는 것으로 느껴 더욱 소속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사회는 ‘경쟁’과 ‘성과’로 평가되는 곳이므로 살기 위해 죽여야 하는 곳이라고들 하지만 성향이 다르거나 맡은 일이 달라 서로 이해하지 못할 뿐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이다.

모두를 쓰러뜨린 최후의 승자에게 남는 것은 어쩌면 산더미같이 남겨진 업무의 압박 아닐까?

경쟁과 등수, 성과, 평가라는 가치가 행복의 기준으로 착각하는 시대 속에서 오늘도 친구를 이기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자녀들, 패배자라도 된 것처럼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근하는 부모님의 밤이 조금은 여유롭길 기대한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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