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모진 장도리가 이 많은 못들을 죄다 뽑아놓고 갔을까 풀숲 언저리에 지천으로 널린 지렁이들 녹슬고 휜 못은 까치도 안 물어간다는데, 흔들리는 풀숲을 두고 달팽이는 또 어디로 갔나 빈 집에 깨진 자물쇠 하나 얹어두고 그 안에 적막 한 타래 감아 놓고 똑 똑, 연적에서 떨어진 몇 방울의 시간들은 어느 벼루 위에서 검게 고여 있나 무른 뿔을 세우고 어느 문장 위를 달리고 있나
상투적이고 고정된 관습의 세계에 저항하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시인의 욕망이다. 화자는 언어의 상투성과 고정된 의미에 숙명적으로 저항하게 되고 이 세계를 의미화하려는 충동보다는 언어가 지닌 의미의 자장 속에서 새로운 정서적 체험을 유발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