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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시인의 문화 산책】강물에 띄운 편지 - 이학성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20년 01월 17일(금)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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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 위에 편지를 쓴다. 달무리가 곱게 피어났다고 첫줄을 쓴다. 어디선가 요정들의 아름다운 군무가 그치지 않으리니 이런 밤은 많은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고 쓴다. 저 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도무지 당신의 마음도 알 수 없다고 쓴다 이곳에 나와 앉은 지 백 년, 저 강물은 백 년 전의 그것이 아니라고 쓴다. 마음을 벨듯하던 격렬한 상처는 어느 때인가는 모두 다 아물어 잊히리라 쓴다. 그럼에도 어떤 일은 잊히지 않으니 몇날며칠 같은 꿈을 꾸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쓴다. 알 수 없는 게 그것뿐이 아니지만 어떤 하나의 물음이 꼭 하나의 답만 있는 게 아니기에 저물어 어두워가는 물 위에 편지를 쓴다. 그러나 강물에 띄운 편지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깊은 곳으로 흘러간다.
이 편지는 꼭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자신에게, 수심(水深)이 깊은 자신의 마음에게 띄우는 서신이기도 하다. 내가 써서 내가 받아보는 편지도 의미가 크다. 따뜻한 말로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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