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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은행에서 만난 사람-하송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9년 12월 13일(금)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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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송 시인
ⓒ 익산신문
은행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기표를 뽑고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옆자리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앉아있었습니다.

휴대폰을 들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10만원 부쳐드렸으니까 맛있는 것 사서 드시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자 “어차피 간 사람은 간 사람인데요.” 말투가 힘이 없어지며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누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나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쿵~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다시 목소리를 모아서, 큰 몫 돈은 못 드려도 이렇게 가끔 송금해 드릴 테니까 맛있는 것 사드시라고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셔야 막둥이 아들이 기뻐할 거라고 말할 때는 미소까지 지었습니다.

동서 부부가 어디를 가는데 함께 가자고 하더라며 남편이 없는 자기를 불쌍해서 챙기는 것 같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가까이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왔습니다. 말이 걸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우리 둘 사이 의자 위에 앙증맞게 예쁜 손뜨개 가방이 놓여있었습니다.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서 가방이 예쁘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이 직접 뜬 거라고 했습니다.

 “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

감탄과 함께 칭찬을 쏟아내자 친구들 여러 명을 떠줬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 값도 많이 드는데 선물 받은 친구들의 기뻐하는 모습 때문에 뜨다 보니 여러 명 것을 뜨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이 실 값이라고 돈을 줘서 사양하다가 못이긴 채 받았다며 웃었습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지만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것 같은데 시어머니께 용돈을 부쳐 드리고 친구에게는 가방을 떠서 선물하고 동서지간에도 우애 있게 지내는 모습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도 내가 편한지 말을 이어갔습니다.

친구 중에 담배 피우는 친구가 있는데 담배를 넣고 다닐 가방을 떠 달라고 해서 처음 뜨게 됐다고 했습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말하자, 가방 밖으로 담배가 안보이게 해달라고 해서 이 디자인으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말에 또 한 번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담배가 안 보이게 맞춤형으로 가방을 떠 준 것도 놀랍고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이 말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열린 마음까지 더욱 놀라웠습니다.

이윽고 그 아주머니 순서가 됐습니다. 혹시 대출 창구로 갈까봐 두근거리며 바라보니 다행히 예금창구로 갔습니다. 한참을 멍~ 한 채 대기석에 앉아서 그 사람 뒷모습을 바라보다 내 순서가 되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일을 봤습니다.

큰아들이 며칠 전에 독립을 했습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원룸을 얻어 나가 살게 된 것입니다. 우린 말렸지만 기어이 따로 나가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니까 부모님 곁을 떠나서 살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모님 보호 속에서만 살아왔기에 이제라도 혼자 살면서 자립심을 길러보겠다는 그럴싸한 명분까지 내세웠습니다.
직

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도시로 간 것이면 오히려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철도 안 들고 어린애 같은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걱정 속에서 우울감이 몰려왔습니다. 보고 싶을 때는 볼 수 있는데도 온 몸으로 강하게 찬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수시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번 독립을 계기로 내적으로도 성숙해질 기회가 될 것을 알면서도, 나중에 저도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알거라고 남편하고 하소연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면서 며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낸 그 여인과 막둥이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얼마나 슬플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볼 때는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만, 요즘 큰 아들을 독립시키고 우울해 있던 중이라서 더욱 감정 이입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행을 나오는데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은행나무와 맞닥뜨렸습니다. 고개를 숙이니 변색되고 말라비틀어진 은행잎이 발에 밟히고 있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은행나무를 바라보고 속으로 말했습니다. 싱그러운 초록색 은행잎이 다시 나온다는 것을 추운 겨울동안 잊으면 안 된다고….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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