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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람이 흰머릴 스치고 지나가자 새 날아간 자리 가지처럼 파르르 눈동자 떨리던 사람 바스락거리는 별을 끌어다가 반짝, 담배에 불붙이던 사람, 산등에 걸린 달을 눈으로 담은 사람 흙 파인 돌계단에 앉아 찬찬히 처마의 달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벼 바심 끝난 논바닥에 뒹구는 바람을 끌어다가 옷깃 안으로 여미던 사람 문득, 돌아선 곳에서 나를 달빛 든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
그 사람 바라보다가 고라니 까만 눈으로 바라보다가 잡으려 하니 그 자리에 별이 스러졌다
시인은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그 사람이 만나고 바라보고 있는, 접촉하고 있는 것들을 함께 감각한다. 그 사람은 갈바람, 별, 달과 달 그늘, 바람 등을 느끼고, 시인도 함께 이것들을 감각한다. 그러나 시인이 그 사람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그 사람은 형체가 차차 희미해지며 없어진다. 아마도 그 사람은 옛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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