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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이해의 선물- 소현숙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9년 11월 01일(금)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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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현숙 세림약국 약사
ⓒ 익산신문
내가 받은 선물들 중에서 오래 오래 잊혀 지지 않고 마음의 선물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해볼까 한다. 나는 가끔 그 선물상자를 열어 선물들을 하나씩 꺼내 만져보며 소소한 기쁨에 잠기곤 한다.

지난 발레타인데이에 선물 받은 초콜릿 다섯 조각은 한 조각, 한 조각 입에 넣을 때마다 달콤했다. 카페에서 전문 바리스타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솜씨 좋은 이웃이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가져온 것이었다.

문학모임에서 받은 만년필은 졸필이나마 정성스럽게 쓸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켜줄 듯도 했다.

또한 원로시인이 손수 촬영하여 액자를 만들어 선물한 은방울꽃 사진액자에서는 맑은 종소리가 풍경소리처럼 들려온다.

지난해 겨울 지인이 뜨개질하여 보내준 노란 스웨터는 입을 때마다 한겨울에도 산뜻한 봄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부드러운 털실로 뜨개질한 그 노란 스웨터를 입고 거울 앞에 서면 활짝 핀 개나리 꽃 한 아름이 환하게 웃고 있는 실루엣이 비친다.

결혼 후에도 내 생일이 되면 친정아버지께서는 하얀 봉투에 내 이름을 써서 축하 금일봉을 주셨는데 기쁨과 회한에 젖게 하는 선물이다.

친정어머니가 혼수로 챙겨주셨던 색동 밍크이불은 손바닥으로 쓸어보기만 해도 포근하기 이를 데 없는 어머니의 품이 느껴진다.

시모께서 막내며느리의 혼수 함에 넣어주셨던 세모시 한 필도 올올이 내 마음을 섬세하게 감싸준다.

원로 선배께서 나눠준 박 씨앗도 싹이 트는 과정의 설렘에서부터 하얀 박꽃의 개화, 마침내 박이 열리고 바가지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선물하면서 행복하게 해주었다.

또한 문우들이 책을 발간할 때마다 보내 주신 책을 우편함에서 꺼낼 때의 행복은 무엇에 비할까? 책을 발간하는 것만으로도 산고(産苦)가 매우 클 터인데, 그 책에 일일이 서명하여 선물한다는 것은 자신의 피와 살을 나눠주는 문학인의 성찬의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의 책을 증정 받을 때마다 깊고 넓은 문향(文香)의 바다에 빠졌다가 참된 문우로 거듭나는 세례의식을 치르는 느낌이 든다. 작가가 독자에게 나누어 주는 피와 살의 성찬식에 참례함을 실감한다.

열어두었던 마음의 선물상자를 닫으며 문득 생각나는 선물하나를 떠올려보았다. 사탕 한 봉지 값으로 아이들에게 버찌씨 여섯 알을 받고 아무 말 없이 거스름돈까지 내주었던 위그든 아저씨의 사탕가게가 등장하는 폴 빌라드(Paul Villiard)의 ‘이해의 선물’을 나의 이웃들과도 주고받고 싶다는. 위그든 아저씨의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맛깔스러운 사탕을 고른 다음 사탕값으로 조심스럽게 은박지에 쌓인 버찌씨를 내미는 아이의 이야기는 나를 항상 미소 짓게 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금붕어 가게를 하면서 다시 다른 어린이에게 이해의 선물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또 다른 의미의 이해의 선물인 행림(杏林)을 떠올려보았다.

행림은 의원을 일컫는 말로 옛 중국의 동봉(董奉)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동봉은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원이었는데 그는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받는 대신 살구나무를 심게 했다.

중병이 치유된 사람에겐 다섯 그루를, 가벼운 질병이 치유된 사람에게는 한 그루를 심게 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그 주변에는 살구나무가 수십만 그루나 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동봉은 해마다 살구를 팔아 곡식으로 바꾸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동봉과 살구씨에 얽힌 고사성어는 대학시절 생약학 강의 시간에 듣고 알게 되었다.

그 강의를 듣고 대학 축제 때 ‘행림(덧말:杏林)에 핀 불로초(덧말:不老草)’라는 축시를 써서 발표했다.

행화향 그윽한 동산에 안개서렸고
가시덤불사이로 생명과(生命果) 소담스레 맺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생명과는 불로불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행림엔 짙은 안개, 두루도는 무성한 가시로 아직 처녀지였네.

꽃잎 찾던 아기사슴 그 앞에 우뚝 멈추었고
기어오르던 다람쥐 그만 내려왔다.

세상엔 신음소리 메아리쳤다.
질병과 피로와 한숨이 끊임없는 오열을 하고 있었다.

이때 안개를 가르는 한줄기 빛이 있었다.
그것은 생명과학의 탐구열,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아갔다.
한 알 한 알 조심스레 생명과를 따냈다.
병원균 한 점 이슬 되어 반짝 사라졌고
병으로 신음하던 인류는 살아났다.

질병으로 신음하는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시켜 줄 이해의 선물은 무엇일까? 문득 살구꽃 피는 봄이 기다려진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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