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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세상에는 적당히 넘어가는 편이 상책인 경우가 있고, ‘뭉개지는 것도 방법’일 때도 적지 않다. 더구나 너의 편안을 위해 나를 망가트려 각의 날을 지우는 것은 어쩌면 담대한 겸손, 유연, 통 큰 양보 등등으로 요약되는 선한 덕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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