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강주연 극동방송 PD(이메일 jkang@febc.net) | | ⓒ 익산신문 | 무더운 여름, 비가 추적추적 오는 여름의 어느 날. 빗방울에 축축해진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어서 들어오라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미소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옥수수가 식탁위에 놓여있는 장면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여름의 정취와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그 옥수수는 따뜻했고 달콤했을 것이다. 일 년 내내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의 ‘옥수수 하모니카’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 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옥수수를 잘 삶아서 먹다가도 길게 두 줄 남겨놓고 하모니카 노래 불던 어린 시절, 모두 저마다의 여름날의 추억이 방울진다.
그러고 보면 추억이 담긴 사물과 장소, 향기와 촉감, 시선과 주고받은 대화들…. 이 모든 것들이 찰나의 기억으로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서도 ‘기억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천둥번개가 무섭게 몰아치는 밤, 막내 그레텔을 시작으로 잔뜩 겁에 질린 일곱 남매가 마리아 선생님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마리아 선생님은 아이들을 달래며 이런 이야길 한다.
“난 기분이 나쁠 때 좋은 일들만 생각해!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질 수 있어!”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My Favorite Things)’이다.
“장미꽃에 빗방울, 새끼 고양이의 수염, 빛나는 구리 주전자, 따뜻한 털장갑, 리본이 달린 갈색 종이의 패키지,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요. 개한테 물렸을 때, 벌한테 쏘였을 때, 슬픈 기분일 때, 그것을 생각하면 싫은 기분은 없어집니다.”
‘빗방울, 고양이 수염, 주전자, 털장갑’ 같이 일상의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담고 있는 기억과 순간이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몇 해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신경과학 연구팀은 과학 학술지 <네이쳐>를 통해 ‘좋은 기억에 대한 활성화를 통해 우울증 증상 완화’가 관련 있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들은 좋은 기억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울증과 유사한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혔는데, 우리가 가진 좋은 기억의 위력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고교시절 손편지,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주신 온기 품은 풀빵, 아침잠을 깨우던 엄마의 아침밥상, 연인과 걸었던 낙엽이 깔린 거리, 시험 잘 보라고 건네진 커피 한잔, 빛바랜 사진첩, 나른한 오후 창가에 스며든 햇살, 할머니가 직접 짜주신 목도리,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 지친 하루 끝에 만난 가족의 웃음. 기억은 그렇게 추억으로 스며들어 오늘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사의 선배에게 이런 이야길 들었다. 선배의 아버지는 늘 엄하고 쉽게 화를 내셔서 두려움의 존재였다고 한다.
서먹한 부자 관계로 선배는 장성했고, 자신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바쁜 일상 중 잊고 지내던 아버지를 선배는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떠올려 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렇게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던 아버지였기에 처음에는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다보니 한 장면이 보였는데…. 학창시절 아버지와 함께 들어간 중국집에서 볶음밥과 함께 나온 계란국을 잘 먹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께서 아무 말 없이 본인의 계란국을 양보해주신 그 순간. 수 백 마디의 말이 표현 못할 아버지의 사랑이 그 곳에 담겨 있었다고 했다.
‘사랑은 계란국이다’라는 그 선배의 이야기, 잊고 살아가던 감정의 등불을 밝혀준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기억의 힘. 고통을 이기게 하는 기억의 위대함. 당신에겐 어떤 기억이 있는가?
그러고 보면 ‘옥수수 하모니카’같은 사람으로 기억돼도 좋을 것 같다. 매년 여름만 되면 노래처럼 기억이 날 테니 말이다. 당신의 기억 속에서! 독자 참여 이메일 jkang@feb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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