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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칼럼】그대 앞에 봄이 있다-강주연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9년 04월 12일(금)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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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동방송 강주연 PD
ⓒ 익산신문 
모순(矛盾)적인 모습이 있다.
시험기간, 공부할 시간은 없다면서 굳이 시간을 들여 책상을 정리하고 현실을 도피하려던 비겁한 행동, 수능 100일 남았다며 100일주를 마시는 이해 안 되는 핑계, 그리고 다이어트 시작 전 마지막 날이라며 목숨을 걸고 먹는 무모함.
주객전도가 의심되는 집착과 의도적으로 부여한 합리화.
이것들은 비뚤어진 욕구의 발산이며, 저항을 통한 위안일 것이다.

매년 봄이면 엉뚱한 축제가 펼쳐진다. ‘경건과 금식의 시간을 잘 지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부활절을 앞둔 40일인 사순절의 시작 전, 진탕 먹고 마시기 위해 즐기는 축제, 바로 ‘마디그라(Mardi Gras)’이다.
카니발(Carnival)’은 '고기여 안녕'(carne vale), 또는 '고기를 버림'(carnem levare)이란 뜻으로, 로마 가톨릭에서 부활절을 준비하는 금식 기간에 앞서 인간의 본능적인 먹고 즐기는 쾌락을 추구하는 사육제(謝肉祭)다. 그리고 그 기간의 마지막 날, 즉 단식과 금욕 앞에서의 마지막 발악이 마디그라이다.
억눌렸던 사회적 금기를 깨는 발산과 해방감이 축제의 본질이라 생각했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하면 ‘마디그라’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축제의 모습이다.

결국 어디로 귀속될지, 어디로 가야할지 알기에, 잠시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흥청망청 먹고 놀며 모른 척 하려던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반발 심리와 함께 수반되는 마디그라의 모순의 미학은 정반합의 진리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나긴 자기 절제의 시간을 참기 위해, 성화(聖化)의 고된 길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적어도 자기 위안과 모순적인 행위를 통해 전화위복을 꿈꾸는 건 아닐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 모순의 과정들이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치유를 갈구하는 행위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40일간의 수행과 고행을 시작하기 전, 그 억눌림의 기간을 기꺼이 감수해내리라는 자기 위로의 집착, 그렇게 시작되는 침묵과 절제와 고난의 시간.
그리고 40일이 지나면 광명의 부활절을 맞이하게 된다.

거센 눈보라와 황량함, 얼었다 녹았다하는 방황, 죽어있지만 죽은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지만 없는 것이 아닌 그러한 겨울을 보내고 결국 새 싹을 틔워내는 봄은 마디그라 이후의 40일의 자숙의 기간인 사순절(Lent), 그리고 찬란하게 펼쳐질 부활절(Easter)의 시간과 너무도 흡사하다.
해가 뜨기 전에 어둠이 제일 진하고, 꽃이 피기 전엔 얄미운 꽃샘추위가 온다. 결국 자연은 무모하고, 탐욕스러우며, 욕정에 사로잡힌 우리 인간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모든 것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은 헛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너희의 무모함 쯤이야 한번은 넘어가 줄 수 있어..”

모든 것을 이겨낸 찬란한 부활의 봄이 다시 왔다. 새로운 출발을 맞을 수 있는 기회란 말이다! 우리의 나약함을 자축했던 축제는 끝이 났다. 무모하고도 비겁했던 열정을 마디그라로 핑계 삼고 이제 주어진 것들을 기꺼이 마주해야한다. 그것이 궁극의 인내 뒤 찾아올 황홀한 생명을 맞이하는 자연의 법칙일 것이다.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우리의 봄을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길었던 방황과 암흑을 벗어버리고 이제 그대의 꽃을 피울 차례다. 봄과 우리의 썸, Spring Fling이 필요하다.
올해의 봄은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되길 바라는 소망과 함께 우리의 방황을 토닥토닥 감싸주며 속삭여본다.
“나는 너를 사랑하나 봄!”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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