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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나 - 정성수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9년 03월 29일(금)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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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시인
ⓒ 익산신문 
옛집에 들렸다. 오랜만에 제비 둥지를 보았다. ‘정월 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며는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 다네’ 동요 '그리운 강남'이 생각났다. 1988년 월북 문인과 예술인 작품에 대한 금지 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금지곡이었던 이 동요에 나오는 강남江南은 태평양 건너 어느 따뜻한 나라일 것이라고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 강남은 중국이다. 아프리카 남부, 인도, 동남아시아, 필리핀, 뉴기니, 남아메리카 등에서 월동을 하고 북상하는 제비는 중국에서 숨을 돌리고 날씨가 따듯해지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여름철새다. 우리나라에 겨울이 오면 온 길을 되돌아 중국 남부로 간다. ‘제비는 작아도 강남을 간다’는 말은 그렇게 생겼다. 우리들은 지레짐작으로 강남을 남양군도쯤으로 알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 훈풍을 싣고 우리 집에 찾아오면 메말랐던 뒤뜰 감나무가지에 새싹이 돋고 울타리 가에는 개나리가 환하게 피었다. 생기 넘치는 봄이었다. 어린 시절의 우리 마을은 대부분이 초가삼간이어서 집집마다 처마에는 제비집이 있었다. 삼짇날이 되면 어김없이 제비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이 제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제비들은 빨랫줄에 앉아 지지 배배 지지배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돌아온 제비 부부는 집을 증축하고 리모델링하느라고 바쁘다. 지난 가을 제비들이 떠난 뒤 뜯어버린 그 자리에 새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귀소본능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집 앞 논으로 오가면서 물에 젖은 흙을 물고 와 집을 지었다. 젖은 흙을 벽에 붙여 집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참 재주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는 풀뿌리나 지푸라기 등으로 흙 사이사이를 연결해가는 것을 보면 인간들보다 나았다. 며칠 만에 집한 체가 완성되었다.

삼월 삼짇날이면 온다는 제비를 못 본 지 오래다. 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마디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급격한 도시화, 환경오염, 농업의 변화 등이 원인일 것이다. 조류 학자들은 제비가 격감한 가장 큰 이유로 생태계 파괴와 가옥의 구조 변화를 든다. 또한 제비의 번식기와 농촌에서 농약을 치는 시기가 일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이제 제비들은 다시는 이 땅에 찾아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논밭에서 농약 냄새가 진동하면서부터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기후가 온난화로 바뀌어서 그렇다고 한다. 제비들이 맘 놓고 살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 한옥인데 이제 시골에도 콘크리트 구조로 된 아파트나 빌라 등 처마가 없는 주택이 늘어나 제비들이 살아갈 집을 지을 곳이 없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은 제비들이 먹고 살아 갈 벌레들을 해충이라며 농약을 사정없이 살포한다. 농약에 중독된 제비들이 낳은 알은 껍데기가 약해서 어미가 품을 때 쉽게 깨지는 등 부화율이 떨어져 제비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한옥이 없어지고 벌레가 보이지 않는 환경 변화는 재비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악조건이 된 것이다.

제비가 오지 않는 땅은 사람이 살 땅이 못 된다. 이제는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제비들은 어디로 가서 새끼를 쳐야할 것인지 걱정이다. 이제 제비들이 이 땅은 생존 환경이 부적합 하다고 울리는 경보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

내 유년의 제비들은 그냥 제비가 아니라 한 식구였다. 한여름 해거름쯤 식구들이 도래상에 둘러앉자 저녁밥을 먹을 때 도란거리는 모습에 심술이 났다는 듯이 뒤돌아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찍! 깔겨대도 눈 한번 흘기면 그만이었다. 지난날의 추억 속에는 제비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제비들의 날갯짓이 화석처럼 남아있다. 제비들이 보이지 않자 비로소 제비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제비는 오늘도 내 고향과 내 유년 시절로 돌아가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볓도 외로워어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모습 꿈속에 있네’ 유행가 한 구절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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