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고상진 전북대 겸임교수/행정학 박사 | | ⓒ 익산신문 | |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저는 절대로 저자를 우리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 원색적이면서도 매우 감정적인 언사다.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데 뭔가 서운한게 많이 맺혔나 보다’ 싶을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어제 저녁 호프집에서 옆자리 손님이 파탄지경에 이른 경제를 탓하며 나누던 푸념이 아니다. 얼마전 제1야당 지도자를 꿈꾸던 젊은 청년이 공식 선거유세 과정에서 군중을 향해 내뱉은 사자후다. 그가 비난한 대통령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또 한사람. 온 국민을 분노와 슬픔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시체장사한다’라는 말로 가슴에 대못질을 한 정치인, 그녀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했다.
정치를 시작하는 젊은 청년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의 틀에 갇힌 채 상대를 향해 내뿜는 ‘품격없는 말의 성찬’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명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막말을 내뱉은 정치인들은 낙선으로 응징하면 된다. 그런다고 이런 정치인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비관적이다. ‘관종’은 늘 있어왔고 그 방식과 내용만 다를뿐.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나아가 이들의 언행은 ‘국민정서법’에 따르면 ‘분노유발자’에 해당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작가 이기주는 저서 ‘말의 품격’에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면서 ‘귀소 본능을 지닌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고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고 역설했다. 얼마나 무서운 ‘말의 힘’인가.
정치인은 말을 통해 정치 철학과 비전을 전달함으로써 유권자와 소통한다. 그 사람이 어떤 단어, 어휘를 구사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사고와 이해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정치인이 공인인 까닭에 그의 말은 일반인보다 더 크고 넓게 퍼져 나간다. 그리고 언론은 실수가 됐든 의도적이든 정치인의 ‘말꼬리’를 잡아 양념거리를 만든다. 그래서 정치인의 ‘설화’(舌禍)는 정치를 희화화하고 불신하게 만든다.
누구나 학창시절 가슴을 울렸던 위인의 어록이 한마디씩은 있을 것이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나폴레옹,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김영삼, ‘자의반 타의반’의 김종필,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김대중 등. 때로는 직격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고, 때로는 함축적인 표현 속에 담긴 내면을 찾기 위해 잠시 뜸을 들여야 하는 여유를 선사한다. 일명 ‘메시지’로서의 가치가 느껴진다.
김대중 대통령은 충고했다.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보(半步)만 앞서가라’고. 정치인의 현실인식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한 것이다. 국민보다 앞서가기는커녕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는 정‧반‧합의 변증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인의 품격있는 언행,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의 삶에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연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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