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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칼럼】인물 사용설명서-강주연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9년 03월 01일(금)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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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연 극동방송 PD
ⓒ 익산신문 
몇 주 전 함께 일하던 상사가 타 지사로 발령을 받아 환송회를 준비하였다. 열악했던 익산본부에서부터 정부 허가를 받고 이제 전북극동방송의 개국까지 바라보게 된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직장 상사로, 익산본부의 대표로 열정을 다한 존경하는 선배를 보내며, 이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로운 지사에 가시도록 환송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새로운 곳에서도 직원들에게 어떤 분인지 알려드리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환송의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함께 일했던 시간을 되짚어보며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취향이었는지, 어떤 성향이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남겨주셨는지 정리를 해봤다.

<본부장님 사용설명서>

어릴 적 많이 먹은 고구마와 감자는 싫어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십니다.

자리 정돈 강조하셔 책상, 주변 감시를 조심해야합니다.

아재 개그 신봉자로 재미없어도 웃어드려야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많이 나오는 중년에 감수성이 발달하며 약간의 잔소리 또는 지적사항이 출몰하기도 하지만 다 관심과 사랑이오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고 어디서나 겸손한 모습으로 의심 없이 따라도 될 선배님이십니다.

전북의 보물과도 같은 선배님을 보내드리오니 잘 사용해주세요!

함께 일하던 시간 속에서 그분의 모습과 행동이 어땠는지 하나 둘 씩 찾아갔다. 나눴던 이야기들, 처리했던 일의 방식들, 그리고 개인의 꿈과 취향..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보고 관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과 환송회에서 식사를 하며 이 사용설명서를 나눴다.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익산에서 일한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나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엇을 알아준다는 것, 그 사람을 이해해준다는 것은 그런 진심의 감동을 전해준다.

이윽고 환송회를 잘 마쳤다며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본부장님 사용설명서 17가지 항목을 뿌듯하게 보여드렸더니 궁금하신 듯 물으신다.

“그런데 정작 너는 네 남편을 그 정도로 알고 있니?”

‘음..? 아.. 그랬나? 나는 남편을 잘 알고 있었나?’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작 제일 가까이 있고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 가족과 배우자에 대해선 정작 그런 관찰의 마음이 있었는지, 정작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어디까지 헤아리고 있었는지, 너무 가까워서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 착각은 없었는지 싶었다. 반성과 함께 따라온 사죄의 마음으로 남편과 부모님의 최근 취향과 성향에 대한 업데이트를 즉시 실시했다. 그리고 2019년 최신판 그들의 사용설명서를 작성했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은 인사를 할 때,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고 손을 맞대며 “I see you(나는 너를 본다)."라고 말한다. 이는 바라보고 관찰할 때, 그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의 언어가 가르쳐준다. 너무 바빠서 혹은 너무 당연하다 생각해서, 또는 너무 내 편이라고 생각해서 정작 중요한 나의 사람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니였을까.

사랑과 관심이 바라봄이라면, 이제는 서로 바라보며 관찰의 마음이 더해지길 소망한다. 바라봄 속에서 익숙해지고, 관찰을 통해 학습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든다면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을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기 전,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물사용설명서를 적어보자. 그들의 작은 변화를 눈여겨보고 새삼 그들을 공부해보자.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관계의 움을 틔우고 새순으로 돋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녕히 가세요’란 작별 인사를 말하는 영어 단어 Farewell은 ‘당신, 잘 먹고 잘 지내세요’라는 명령문 ‘Fare you well'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내는 입장에서 가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지내야 걱정이 덜한 건 인류가 모두 동의하는 환송의 마음인가보다.

우리도 정든 상사를 보내며, 잘 먹고 잘 지내시길..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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