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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농촌지역 식수난 짚어본다
“농촌에 사는 게 죄인가요. 제대로 된 물 먹고 싶네요”

수돗물 공급 10가구중 7곳만…AI로 식수 걱정

마을 간이상수도 늘 오염위험 도사려 불안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08년 05월 22일(목)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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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시골의 풍경은 그다지 쾌적하지는 못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겨난다. 주위의 언덕들은 가로세로 아롱다롱 아름답게 이어지면서 더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게 농촌. 낙원과도 같은 이곳에서 잠시 고독에 잠기면 진정제 역할을 해주는 게 농촌만이 가진 특성이다. 하지만 우리네 농촌은 이런 전원적인 풍경 속에 아픔이 숨겨져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질적인 식수 문제. 가뜩이나 부족한 식수가 최근엔 AI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농촌주민들의 식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익산지역 농촌이 겪고 있는 식수문제와 관련해 현장을 직접 방문,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지난 21일 본사 취재진이 찾은 용동면사무소 입구. 마을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70대 할머니들은 기자가 농촌의 식수문제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4년전 이 곳으로 이사 왔다는 황모(77) 할머니는 “농촌이 예전에 비해 수도관이 설치돼 물이 나오는 지역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물을 길어다 마시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70세의 할머니도 “시골에서 수돗물을 마시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혼자 사는 노인들도 상당한데, 많은 돈을 들여가며 수돗물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실 이 마을 주민들 가운데는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집이 적지 않다.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드는 상수도 설치가 농촌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간이상수도’라 불리는 지하수의 경우 땅에 구멍을 뚫어 쓰는 것으로 항상 오염에 노출돼 있는 탓이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수질검사결과를 받는다 해도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용동면과 망성면을 잇는 도로 중간에서 밭을 매던 한 노인은 “솔직히 농사를 짓는데 농약주고 그러다보면 (지하수가)오염될 수 있지 않겠냐”며 “걱정은 되지만 돈이 없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알면서도 식수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전북도가 도내 1,654곳의 농어촌 간이상수도에 대해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26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비록 많은 사례는 아니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 익산 농촌지역의 수돗물 공급률은 73.6%(전체 91.8%, 도시 97.1%). 이는 전국 농촌지역 평균보다 높은 비율이라는 것이 관계 공무원의 설명이지만 10가구 중 3가구는 아직도 수돗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얼마 전 익산시청 홈페이지에도 농촌의 식수난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지역민은 “시골에 주택을 지어 3년 째 살고 있다. 한데 여기는 섬보다도 못한 오지 중에 오지다. 3년 째 물 길어다 (마침내)상수도 공사가 됐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망성면 금지보건진료소 앞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주변에 AI사태로 닭과 오리를 매몰하는 바람에 식수문제로 마을전체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게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AI로 지하수 오염을 걱정한 마을 사람들이 급기야 면사무소와 상수도 설치 문제를 놓고 협의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동네 마을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예전에 비해 농촌 수돗물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가구가 물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AI까지 터지면서 주민들이 늘 불안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왕궁면에서 농사일을 하는 70대 할머니도 “시골 물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 등에서 상수도관을 놓기 위해 서두르고는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촌 식수난에 대한 취재가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우연히 마을에서 만난 70대 촌로의 말 한마디는 귓가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농촌에 사는 것이 죄인 것 같소이다. 수십 년간 농촌을 지켜오고 살아왔건만…, 이제는 제대로 된 물을 마시고 싶소이다” /강명수 기자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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