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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딱 한 송이로 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 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
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 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성모(聖母) 같다 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 너는 살아 있으시라 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
약속하기 어려우나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
혹여 비라도 오면 “한 호흡으로 1년 치 폐활량을 들이켜고는/ 또다시 속타는 잠을 잔다”는 사막에 한 송이의 해바라기가 기적처럼 서 있다. 오직 한 송이만 서 있지만 백만 송이의 꽃이 핀 정원에 버금가는 존재감이다. 해바라기의 배광(背光)은 사막 전체요, “지평선이 (해바라기) 한 송이를 위한 꽃받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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