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정성수 시인 | | ⓒ 익산신문 | | 조선 정조와 순조 사이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이 일찍 죽은 아내를 애도하며 썼다는 ‘누원(淚原)’에 의하면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지 마음에 있는 것인지 자문자답하고 있다. ‘한번은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마음은 땅이고 눈은 구름이다. 눈물은 그 사이에 있으니 비유하자면 비는 구름에 있지도 않고 땅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비가 구름에서 생기고 땅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비는 어째서 하늘로부터 내린단 말인가? 이는 기(氣)의 감응에 불과할 따름인즉 눈물은 마음으로부터 나오고 또 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무릇 감응한다는 것은 사람과 신(神) 사이가 멀어도 서로 통할 수 있어 제사를 드리면 선조들이 오므로 옛 사람은 다 성실하고 돈독히 제사를 드렸다. 까마득한 후손이 먼 조상을 제사 지냄에 어렴풋하고 숙연한 사이에 눈물까지 나오지는 않으나, 또한 눈물이 나올 듯한 마음도 아주 없지 않아 눈물을 쏟는 사람도 볼 수 있을 듯했다.
시대가 내려오면서 인심이 박해지자 어떤 사람은 상(喪)을 당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하물며 상을 지나 슬픔이 줄어 든 제사에 있어서랴! 제사를 지낼 때 곡만 하고 눈물이 없는 것은 이미 느낌이 없는 것인데, 어찌 신의 응함이 있으리오? 입으로는 울부짖으나 마음속으로 기뻐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 진실 되지 않음만을 볼 뿐이다. 신이 다다르는 것을 말해 무엇 하리오!’ 심노숭이 아내의 죽음을 두고 쓴 글 중의 하나인 ‘눈물이란 무엇인가’다.
눈물에도 종류가 있다. 눈에서 흐르는 육체적 눈물, 가슴에서 흐르는 정신적 눈물, 영혼에서 흐르는 진리적 눈물이 그것이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가슴에서 흐르는 눈물은 죄를 씻는 능력이 있으며, 영혼에서 흐르는 눈물은 은혜에 감응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보통 눈물이라고 하면 슬플 때 또는 기쁠 때 흘리는 카타르시스성 눈물인 감정적 눈물, 눈의 건조를 예방하거나 이물질 제거하거나, 영양적 산소 공급을 위한 내인성 눈물, 고추 또는 양파 등 매운 음식의 자극으로 부터 눈을 보호하는 반사적 눈물을 칭한다.
정치인의 눈물만큼 해석이 분분한 경우도 없다. 눈물 한 방울이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기도 하위로가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분노를 사기도 한다. 악어의 눈물은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다. 이처럼 먹이를 잡아먹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거짓 눈물에 빗대어 쓰기 시작하면서 위선자의 눈물, 교활한 위정자의 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인들의 눈물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민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눈물 정치’를 한다. 오죽하면 ‘눈물은 천만 단어의 말보다 강한 웅변’이라고 했을까? 어떤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 연설에서 희생자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을 떨궜다고 한다. 어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눈시울을 적시는 광고를 찍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외화 '쿼바디스'에서 네로가 로마를 불태운 뒤 ‘눈물단지 가져오라’고 한 뒤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한쪽씩 따로따로 짜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내로는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눈물을 받아 보관하려 했을까? 생각할수록 인간의 사악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눈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보여주기 위한 가식의 눈물이나, 희생자를 향한 슬픔의 눈물이나, 불의에 대한 분노의 눈물이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린 사람이 살아 온 삶의 궤적과 실천을 보고 진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처음엔 진정성 있게 보였던 눈물이 위장으로 판명될 때도 적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은 어머니의 눈물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천길 물속도, 활활 타는 불속도 겁내지 않는 어머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물이 지금 말라가고 있다. 독립해서 사는 자식들은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통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독거노인을 만들고 노인병원에 쳐 박아두기도 한다. 말하자면 신 고려장을 시켜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눈물단지를 가지고 있다. 네로의 눈물단지가 아닌 자식을 위한 눈물단지다. 눈물단지에 들어 있는 눈물은 기뻐도 흘러나오고 슬퍼도 흘러나온다. 어머니의 눈물은 철학이자 예수의 기도요. 부처의 설법이다. 이 말에 어느 누가 토를 달수 있는가?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자식의 한마디에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눈물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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