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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그려진 정교한 꺾은선 그래프 파도의 망설임은 침엽수 산 능선처럼 가파르다 저토록 수위 조절이 힘든 사랑의 한 시절이 있었지만 어떤 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대는 갔다 무릎을 꺾었다가 새로 일어서는 저 파도소리처럼 그 사랑은 또 다른 사랑에게 꽃다발을 바친다 시든 고백이 갈매기 발자국처럼 기억을 짓밟아도 그는 또 다른 배경 앞에서 웃는다 자색 웃옷으로 환하던 얼굴이 옥색 재킷으로 더욱 말개져서 그에게 하늘과 바다는 경계가 모호하다 파도가 기억을 살려서 그린 그래프는 모래밭 위에만 남아서 꺾이고 들리는 꺾은선도 모래로만 그려져서 그에게서 사랑은 사상누각이다 그에게서 집은 새로 지어서 다음 파도에게 넘기는 것이다
한 사랑이 가면 또 다른 사랑이 온다. 한 파도가 밀려왔다가 가면, 곧이어 다른 파도가 밀려오듯 말이다. 바닷가에 앉아 생각한다. 수위 조절이 안되던 열정적인 사랑이 지나갔음을, 경계조차 넘나들던 한 사랑이 이제는 추억이 됐음을…. 파도가 새로운 파도에 자리를 내주듯, 지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에 꽃다발을 내어준다. 바다와 사랑의 속성을 완전체처럼 조화시킨 시편이다. 사랑을 떠나보낸 자들이여 낙심하지 말고 바다로 가라. 그곳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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