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정성수 시인 | | ⓒ 익산신문 | | 요즘 ‘인생 2모작’을 많이 강조하지만, 뜻밖의 인생 2모작도 있다.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배우자를 바꾸고 국적을 바꾸는 사람도 증가 추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2모작이 아닌 ‘N모작’, 즉 다모작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분명 중년기는 인생의 위기이다.
중년기의 위기는 부부관계에서 소통의 단절이 있다. 그동안 배우자의 철저한 무관심에 지칠 대로 지쳤거나, 사회 생활하느라 거의 대화 없이 살아왔던 부부 관계에 위기가 온다.
가장 가까운 줄 알았던 배우자와 소통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결혼 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끼어드니 아내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남자는 ‘관심’이라고 하지만 아내는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중년기에는 흔히 ‘중년위기’라 말하는 증상이 찾아온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던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걸어온 길에 극심한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몸은 35살에 정점을 맞고, 마음은 49살에 정점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그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중년위기라 봤지만,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그 기간이 더 확대되고 있다.
중년기는 알 수 없는 분노, 서러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분노를 하소연한다. 단테의 작품 '신곡' 초반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어두운 숲에 처해 있었네/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가혹하게 완강했는지/얼마나 하기 힘든 말인가!/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이 글을 쓸 때 단테의 나이도 서른다섯 살, 그가 살았던 14세기에는 중년에 해당한다. 물론 종교적 모티브를 가진 작품이긴 하지만, 21세기라는 관점에서는 중년위기라고 해석한다. 같은 피렌체 출신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40살부터 55살까지는 이렇다 할 명작을 남기지 못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는 38살 생일잔치를 하자마자 10년 동안 봉직했던 궁중생활을 뒤로하고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났다.
'열하일기'를 쓰던 연암 박지원도 마찬가지였다. 혹독한 중년위기 증상을 앓았다. 미국 작가 게일 쉬이의 '통로'(Passages)는 미국 의회 도서관이 선정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10권 중의 한권으로 선정되었는데, 주제가 바로 중년위기이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조금 더 빨리 중년위기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짜 살아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 중년위기란 인생의 중간평가 시간이다. 단테, 괴테, 미켈란젤로, 연암 모두 중년위기 증상을 겪은 뒤 오히려 더 생산적인 시기를 맞았다. 사춘기의 격동 뒤에 어른이 되는 것처럼, 중년위기 뒤에 진정한 창조가 찾아온다. 그 풍랑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맞이하는 중년기이다. 애써 부정하고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왕 맞이할 것이라면 그 의미를 알고 현명하게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이를 통해 더욱 성숙한 삶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제 나이 오십이 되고 보니 지나온 삶의 궤적으로 얻은 인생 교훈이 있다. 살아있는 사람! 먹고 싶을 때 먹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이 순간의 생생함이 얼마나 찬란한가! 영롱한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살아있는 촉수를 기민하게 출동시켜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말자.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나그네이기에 오늘 하루하루를 더욱 깊고 진하게 맛을 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살아 숨 쉬는 순간을 알밤처럼 알차고 현금보다 귀하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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