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비를 좋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비보다는 비가 오는 풍경을 좋아한다고 해야 맞아요 후드득 쏟아지는 비의 풍경 속에는 경청할 만한 빗소리가 있지요 그리고 비를 피해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들의 젖은 어깨 흙탕물을 간신히 피해 가는 짐차들의 덜컹거리는 불빛과 비가 새는 거리 아이들의 저녁
사실은 비에 젖지 않고도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요
고백하자면 나는 창밖의 비보다는 창안의 나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야 옳아요
시인은 자신이 오랫동안 좋아했던 것이 비가 아니라 비가 오는 풍경을 즐기는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진실의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이 시의 비 오는 풍경에는 어딘지 정감이 넘친다.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하는 시인의 눈에 비친 풍경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