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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봄을 맞이하며 - 하송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8년 03월 26일(월)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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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송 시인
ⓒ 익산신문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습니다. 3월은 특히 큰 ‘기쁨의 달’이기도 합니다. 겨울방학에 부쩍 자란 아이들이 한껏 의젓해진 모습으로 한 학년씩 진급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대견하게 바라보는 선생님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재잘대기 바쁩니다. 

햇살이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하지만 큰 일교차로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서 여전히 옷을 많이 껴입고 다닙니다. 그러다 동료교사에게 한 마디 들었습니다. ‘봄이 왔는데, 언제까지 겨울로 지낼 거냐.’고 웃으며 뼈있는 말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두터운 외투는 벗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단단히 챙겨 입고 있는 것을 영특한 동료가 눈치 챈 것입니다. 지적을 받고 보니 어느새 주위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는 상큼한 봄 내음이 묻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로 인해서 주위 분위기를 칙칙하게 만들면 안 되겠기에 옷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겪는 이상한 현상이 또 벌어집니다. 작년 봄까지 옷을 입고 살았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는 것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선 다양한 디자인과 화려한 봄옷이 반갑게 손짓합니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렙니다. 

그러다 문득 우연히 눈에 띈, 한 단어 앞에서 마우스를 쥔 손이 얼음으로 굳어집니다. 그건 바로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한동안 미니멀 라이프 책을 읽으며 실천을 다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까지 더해져서 짐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때 그 단어가 눈에 띌 것은 뭐람.’ 속으로 투덜거리며 화면을 덮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와 근접하게 생활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그 친구와 시장에서 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식료품을 사다가 꽃을 팔고 있는 코너 앞에 이르렀습니다. 문득 친구에게 봄을 앞당겨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꽃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기뻐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반대로, 정색을 하면서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친구는 자기 몸도 돌보기 바쁜데 꽃까지 돌보는 것이 귀찮고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친구에게 ‘힘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대로 물병에 담아 놓기만 하면 된다.’며 설득을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성의를 거절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한 다발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사정해서 어렵사리 프리지아 한 단을 선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리지아 꽃과 얽힌 추억이 있습니다. 10년도 훌쩍 지난 오래 전 일입니다. 산속 깊은 산골에 위치한 학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낯설고 물 설은 학교는 3월이어도 거센 칼바람이 마음까지 얼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승용차도 없는 나이 어린 후배가 1시간이 넘는 먼 길을 시내버스를 타고 불쑥 학교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 후배의 손에는 소담스러운 노란 프리지아 꽃다발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근무하는 학교가 개교기념일이라 쉬어서 서프라이즈로 연락 없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낯선 새 환경에서 적응하는 선배를 위하는 후배의 따뜻한 마음이 꽃송이 속에서 오랫동안 향기를 뿜어내며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그때 후배가 찾아와줬던 그 학교에 와서 작년부터 또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후배와 프리지아 꽃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해마다 따뜻한 봄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꽃을 선물한지 며칠이 흘렀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이 전송되어 왔습니다. 봉우리가 맺혀있는 주위로 몇 송이가 노랗게 꽃을 피운 채 방글거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스마트 폰을 통해서 꽃향기까지 물씬하게 전해왔습니다.

물을 갈아주고 보살피며 바라보는 꽃과 방안 가득하게 퍼지는 꽃향기기 이렇게 기분을 좋게 하는지 처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보다 따뜻하게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말은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였습니다.

작은 선물에 큰 기쁨과 감사로 화답하는 친구 덕분에 덩달아서 어느 해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순결’ ‘순진한 마음’ ‘너의 시작을 응원해’의 프리지아 꽃말이 향기를 싣고, 봄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환하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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