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송병조 중국충칭우전대교수 | | ⓒ 익산신문 | | 우리가 중국인을 상대로 협상하다보면 이들에게 나오는 공통어 중 하나는 만만디(漫漫的)이다. 만만디는 느리다는 말이지만 신중하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무슨 일을 결정하다보면 도대체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만큼 신중하고 윗사람의 눈치를 살핀다던지, 그만큼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도 내재되어 있으며 어려 운 결정은 자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으로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고도의 산업사회가 수십 년 만에 이루어낸 만큼 빨리 빨리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의 협상에서 중국인은 도저히 예스라는 답을 빨리 주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는 급한 나머지,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되며 결국에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하게 된다. 설령, 모든 것이 합의되어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이들은 질질 끌면서 애를 태운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생각이 되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중국인들은 이를 콰이콰이(決決)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의 대표적 기질인 만만디는 중국의 장기적인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왕후닝(王?寧)은 중국 역대 지도자의 지도 사상을 모두 정립해 중국 공산당 최고의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왕후닝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주창한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모두 그가 책임지고 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에게는 3개 왕조의 황제를 모두 가르친 스승이라는 뜻의 '삼조황사(三朝帝師)'라는 호칭이 붙기도 한다.
19차 당 대회에서 성(省)이나 직할시의 당 서기를 한 번도 역임한 적이 없는 왕후닝이 상무위원으로 진입했을 때 중국 정계는 이를 이변으로 여겼다. 시진핑의 장기집권계획도 왕후닝의 손을 거쳤다. 이렇듯 왕후닝은 20여 년째 중국의 정책을 입안한 전략통이다. 한번 세운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4년마다 한 번씩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러니까 4년에 한번은 지방권력이 바뀌는데, 운이 좋으면 재선 삼선까지도 가능하다. 이럴 때 지방자치단체는 4년 동안의 업적에 급급하여 단기성과를 내기위해 빨리빨리 움직인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는 거두기가 쉽지 않다. 1년은 계획을 짜고 1년은 사업에 들어가서 임기 마지막인 4년째에 거둘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그 밑에서 기획을 하고 계획을 짜던 공무원들은 대폭 물갈이되어나 보직이 바뀌여 새로운 자치단체장의 공약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전임 단체장의 기존사업들에 대해서는 대폭 수정하거나 중단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전임 자치단체장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었더라도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낭비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요즘 지방선거가 100일이 채 남지 않아서 입지자들은 애를 태우며 열심히 뛰고 있다. 익산시장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공약사업을 보면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지 서로 베끼기라도 약속한 모양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공약사업에 크게 문제를 두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이같이 차별성이 없는 공약보다는 정당, 인물에 기초해서 투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새로 당선된 자치단체장의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매우 신경을 쓰며 앞으로 4년간 이끌어갈 익산시정의 지침으로 삼는다. 당연히 익산시장으로 당선되어 공약을 지키며, 그전에 세운 장기적인 발전계획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검토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100일 후에 이루어질 당락과 관계없이 한번 세운 장기적인 전략은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지속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사람은 바뀌더라도 익산의 미래를 정하는 일은 바뀌지 않고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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