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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새가 파기되었다 필요하지 않은 만큼 떨어져 나와 풀밭 한쪽을 채웠다
연하고 부드러웠다 순하고 가물가물하다 옳음과 그름은 안 보인다 이유도 원인도 나타내지 않았다
사랑하고 투쟁하는 데 쓰였을 부리의 단호한 직선 꽁지의 날렵한 수평 발톱과 몸통이 함께 지워나간 무수한 수직
죽음에는 쓰이지 않았으나 갓 채워진 죽음이 날개와 평형을 이루었다
살아 있는 새가 모두 날개를 펼쳐도 공중이 넘치지 않았다
철새들이 날아온다. 철새의 항로는 날개에 붙어 있다. 풀밭 한쪽을 채운 새의 주검, 순하고 가물가물한 깃털이 흩날린다. 옳음과 그름 따윈 없다. 이유도 원인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고 투쟁하는 데 쓰였을 부리만이 반짝인다. 꽁지 깃털 하나는 죽어 없어질 때까지 수직을 지워나가는 걸까? 여기 한 시인은 새의 죽음이 날개와 평형을 이룬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새가 날아도 공중을 넘치지 않는 일월, 그만큼 공중은 빈 몸들이 있어 자유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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