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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자정에 가까울수록 구겼다 다시 펼치는 은박지 소리로 겨울비 쏟아집니다
흩어졌다 모이는 물새들의 발자욱
슬픔들 기쁨들 떼로 몰려 기억의 뒤란 봉당 왁자히 궂은비 겨울비 쏟아집니다
오, 흩어졌다 모이는 물새들의 발자욱
내 마음 그대 비애의 푸른 물이랑 가까이 소라 고동처럼 덧없이 열리며 여울지며 나아갑니다
겨울비에는 사람을 독특한 감상에 젖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차가운 밤 지붕을 때리는 겨울비 소리는 그리운 것들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싹을 돋게 하거나 열매를 맺게 하는 비가 아니기 때문일까. 겨울비는 유독 사람을 사색에 빠지게 만든다. 시인은 `구겼다 다시 펼치는 은박지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겨울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가 푸른 빗물에 섞여 어디론가 함께 흘러간다. 흘러간 그곳에는 아마도 떠나간 그대가 살고 있지 않을까. 비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만 흘러간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다는 듯, 빗물은 언제나 몸을 낮추고 그리운 쪽으로 하염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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