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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지면 강해지는구나 꽃도 버리고 이파리도 버리고 열매도 버리고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벌거숭이로 꽃눈과 잎눈을 꼭 다물면 바람이 날씬한 가지 사이를 그냥 지나가는구나 눈이 이불이어서 남은 바람도 막아 주는구나 머리는 땅에 처박고 다리는 하늘로 치켜들고 동상에 걸린 채로 햇살을 고드름으로 만드는 저 확고부동하고 단순한 명상의 자세 앞에 겨울도 마침내 주눅이 들어 겨울도 마침내 희망이구나
톱질 몇 번이면 쉽게 넘어가는 나무. 한 발짝도 움직일 줄 모르는 나무. 땔감이 되든 의자가 되든 사람이 가공하는 대로 물건이 되는 나무. 그 힘없고 하찮은 나무가 맨몸 하나로 강추위에 맞서고 있다. 찬바람 눈보라를 제 몸에 깊이 새기고 있다. 가혹한 추위를 꽃과 열매와 향기로 만드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나무는 해마다 고통이 어떻게 희망으로 바뀌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수행의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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