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하송 시인 | | ⓒ 익산신문 | 출근길에 전라북도청으로부터 안전 안내문자가 왔다. 전라북도에 대설・한파・강풍이 예상되니 빙판・동파・시설물 관리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거친 바람 속에 흰 눈송이가 길을 못 찾고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다. 바람 한 점 들어올 틈이 없이 창문을 밀봉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꽁꽁 닫아걸고 있다.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얼어붙어짐을 느끼며 겨울 한가운데 서 있음이 실감됐다.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인파로 콩나물국밥집이 만원(滿員)이다. 전주 전통음식으로 콩나물국밥이 있다. 전주 콩나물은 산 좋고 물 맑은 남쪽지방 임실에서 생산되는 쥐눈이콩(鼠目太)을 전주 교동의 맑은 물로 길러낸다.
전주의 명물답게 비슷비슷한 이름을 가진 콩나물국밥집이 많다. 하지만 맛의 차이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 성분이 들어 있어 있어서 예전에는 숙취 때문에 해장을 하러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숙취 객뿐만 아니라 관광객에 이어서 따뜻한 국물로 아침식사를 하려는 가족들까지 즐겨 찾는다.
‘삼O집’은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중의 한 곳이다. 유명 맛집으로 ‘삼O집’에 대한 소문이 전국에 퍼져나갔다. 창업자인 이봉순 할머니는 찾아오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자, 하루에 정성을 들여서 준비한 콩나물국밥을 300그릇만 팔기로 작정을 했다. 점심시간 이전이라도 300그릇이 팔리면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중지한 것이다. 이것이 ‘삼O집’으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주인할머니는 욕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맛있게 처먹어라! 이놈아’ 아니면 ‘썩을 놈!’ ‘돈 없으면 외상 달구 가!’ 등 가지가지 욕을 구수하게 했는데 사실은 욕이라기보다는 할머니의 애정이 가득담긴 걸쭉한 인사말이었다.
과거에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고 하여 삼O집을 ‘대통령의 맛 집’이라도 한다. 수행원 없이 국밥집을 찾은 대통령에게 주인인 욕쟁이 할머니는 ‘고놈 대통령하고 똑같이 생겼구먼! 달걀이나 하나 더 처먹어라.’라며 달걀 하나를 더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웃으면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또 방문을 하곤 했다고 한다.
콩나물국밥은 개운한 국밥과 함께 계란과 김이 별도로 나온다. 물론 기본 반찬도 있다. 김치와 깍두기를 비롯해서 오징어젓갈· 청양고추 등이다. 계란에 뜨거운 국물 몇 숟가락을 부어 김 가루를 조금 넣고 쫑쫑 썬 청양고추로 입맛에 맞춰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입안이 칼칼하면서도 고소하다. 또한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황태 · 북어 등을 찢어 넣어 만든 얼큰한 국물은 개운하면서도 시원하다.
이때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은 건강해지는 기분이 절로 생긴다. 밥이나 반찬은 추가요금 없이 양 찰 때까지 더 준다. 일본에 여행 갔을 때 일이다. 반찬과 물을 추가로 주문을 하자 단무지, 김치는 물론이고 식탁위의 물 한 컵까지도 추가요금 지불을 요구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으로 따뜻하고 푸짐한 전주의 인심이다.
콩나물국밥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다. 시골 집 안방 윗목에 콩나물을 기르는 시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루에는 물에 불린 콩이 들어있고 항상 검은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 콩나물시루에 할머니는 수시로 물을 주셨다. 물을 먹은 콩나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다. 얼마만큼 자랐는지 궁금해서 시도 때도 없이 열어보다 걸려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우리 할머니도 욕쟁이 할머니도 지금은 뵐 수 없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은 여전히 사람들 속을 달래주고 있다.
특히 매서운 추위 속에 떨게 되는 겨울에는 더욱 콩나물국밥을 찾게 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라오는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 얼어붙은 겨울이 훌쩍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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