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헌율 익산시장 | | ⓒ 익산신문 |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다. 내 배가 불러야 주위를 돌 볼 여유도 생긴다는 뜻이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엔 생계가 최우선이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처지를 걱정하는 사람은 오지랖이 넓다며 손가락질 당했다. 가진 자가 베풀지 않는다고 함부로 비난하지도 않았다. 가난은 업보고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익산은 인심 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었다. 판소리 호남가에 “인심하면 함열, 풍속하면 화순”이라는 대목이 등장했을 정도다. 조선 후기 함라에 만석꾼이 셋이나 살았는데 삼부자 땅을 밟지 않고는 한양에 갈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남다른 부(富)를 자랑했다. 이들은 가진 재력만큼이나 인심도 후했다.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곳간 문을 활짝 열었다. 보릿고개나 흉년이 들 때면 삼 부잣집 앞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걸인과 식객들로 북적였지만 내치지 않고 인정을 베풀었다. 오늘날 사회 고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즉, 오블리스 노블리제의 전형을 이들 삼부자에게서 볼 수 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독존(獨存)이 아닌 공생(共生)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상생 방법으로 봉사, 나눔, 자선, 기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기부문화는 국가나 도시의 선진화를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로 인식된다. 민간을 통해 공공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 선진국일수록 기부를 장려하는 법규가 잘 마련돼 있다. 또한 기부문화가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아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금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기부의 여러 형태 중 사회복지에 이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 사업이다.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익산시에서도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익산사랑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코흘리개 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환경미화원부터 건실한 기업까지 작게는 3천원부터 많게는 기천만원까지 각양각색의 개미군단이 만들어낸 기금으로 2007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1,631명의 학생에게 총 19억 4천 6백만 원의 장학금이 지원됐다.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하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담긴 장학금은 성취동기를 높이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 큰 그림을 그리자면 장학금을 받고 잘 성장한 젊은이들이 다시 우리지역 발전의 튼실한 주춧돌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장학금 모금과 관련된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된다. 기부는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실천이고 지금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며 물질문명에 의해 손상된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광복절 익산역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십시일반 모아진 시민들의 기금으로 건립됐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참여 열기로 당초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큰돈이 모아졌다. 꾸준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다수의 의지가 집약되면 기적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수돗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아이들, 홀로 쓸쓸이 죽음을 맞는 노인들, 가난에 발목 잡혀 꿈을 접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줄 기적은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로부터 시작된다. 추석이 다가온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온정이 필요한 때다.“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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