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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날아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달이 둥그러지는 동안 영혼은 쉽게 지상을 떠나지만 보름에서 그믐까지 벌레구멍은 점차 닫혀진다 비좁은 그 틈을 지나 광막한 저 세상으로 날아간 영혼은 무엇을 보게 될까
시인은 달이 차오르는 것을 보며 "달벌레들이 밤하늘의 구멍을 갉아먹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고는 그 작고 환한 달의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날벌레처럼 몰려들어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소리라고 한다. 사각사각 가을밤 벌레들이 운다. 사각사각 달이 차오른다. 보름이다. 사각사각 누군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고, 누군가의 생이 줄어든다. 한데 정말, 나를 기다리는, 내가 빠져나갈 저 달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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