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 | ⓒ 익산신문 |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청명한 날씨, 살랑거리는 실바람을 맞으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풍부해질까.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교과서에 매달리는 중고교생이라도 잠시 짬을 내 책을 읽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한 권의 책엔 한 사람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다. 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굴곡 진 삶의 희비를 섭렵하는 것과 같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어느 누가 책을 내면서 무성의하게 글을 쓰겠는가. 저자가 명필이든 아니든, 누구라도 집필을 하는 자세는 혼을 담아내는 지극정성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독서는 책 내용의 경중이나 분야를 떠나 경청과 소통의 또다른 중요한 방법이다.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 말하지만 봄과 여름, 겨울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다. 여름 방학이나 학기말 고사를 끝낸 시점에서 그냥 계절을 넘기지 말고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손에 쥐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매스컴에 폭염이며 찜통더위, 열대야 등의 말이 등장한다면 스릴 넘치는 소설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법학을 전공하고 평생 법학교수로 강단에 섰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책 읽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하루하루 밀린 숙제를 해야 하거나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어학이나 봉사활동 등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 독서를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어떤 이는 ‘문사철(文史哲) 600권’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문학서적 300권, 역사서적 200권, 철학서적 100권 정도는 읽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목할 점은 ‘문사철’에서 ‘문(文)’이 가장 먼저 나온다는 것이다. 문학 서적이 맨 앞에 있는 이유로는 무엇을 전공했느냐를 떠나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전문가가 되려면 외국유학도 좋지만 최소한 1,00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류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학생이나 중년의 필부필부(匹夫匹婦)도 독서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독과 다독을 교차하며 틈 날 때마다 한 권의 책을 섭렵한다면 우리는 그만큼 빛을 발할 것이다.
다시 인문학 얘기다. 흔히들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그래선 안 된다. 인문학은 시대를 뛰어 넘는 인류의 보고가 아닌가. 상상력의 원천이요,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바로 인문학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창의력에 동력을 제공하는 에너지다. 요즘 유행하는 처세서와 실용서도 필요하지만, 이것들의 기초가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장편 소설류를 읽으며 머릿속에서 상상했다. 주변의 학생들에게 굳이 장편 소설 읽기를 권유하는 것은 큰 틀 안에서 무한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원한 동네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며 역사와 대화를 하고,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소설과 눈을 맞추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방에 콕 박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면 그만이다.
물론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고 혹자는 짜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조선 여인네의 삶이며 수천 년 전 로마의 역사 속을 거닐다 보면 마음만은 큰 부자가 된 느낌일 것이다. 아름다운 이 계절,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정신이 풍요로워 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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