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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빈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었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 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이 시는 부끄러움에 대한 시다. 여기서의 부끄러움은 수줍음과 다르고, 숫기 없는 것과도 다르다. 그보다 훨씬 더 엄정하고 무거운 종류의 부끄러움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염치’다. 어디에 명확히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되면서 도리를 알게 되고, 도리를 지키면서 또한 사람이 되어 간다. 지킨다고 해서 크게 표 나지 않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벌 받지 않지만 도리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물론 요즘 세상에 염치를 아는 사람이 많기야 하겠냐마는 염치 있는 인간은 오래, 은근히 아름답다. 마치 마음에 묻은 먼지마저 달빛에 탈탈 털어내는 저 시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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