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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시인의 문화 산책> 네모를 향하여 - 최승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7년 07월 17일(월)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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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단 앞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땡볕에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이 여름 도시에선 모두들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오고 또 죽어가는지 빌딩 입구의 늙은 수위는 의무를 다하느라 침을 흘리며 눈을 뜬 채로 자면서도 빌딩을 지키고 있다
자라나는 빌딩들의 네모난 유리 속에 갇혀 네모나는 인간의 네모난 사고 방식, 그들은 네모난 관 속에 누워서야 비로소 네모를 이해하리라
우리들은 네모 속에 던져지는 주사위였지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네모 속에 태어나 네모 속에 살다가 네모 속에 죽고 네모 속에 영면하는 사람. 네모 속에 던져지는 주사위처럼 어느 네모의 한 칸을 우연으로 할당받고 네모의 운명을 피할 수가 없어 네모를 닮아가다 네모가 돼버리는 사람들. 우리는 원래 우리가 네모가 아니었다는 것을 모르고 네모에 맞춰 사느라 팔, 다리, 목, 어깨, 손, 발, 코를 잘라가며 네모에 맞춰 살다가 드디어 어느 날 문득 화분 속의 흙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불타는 네모 유리창에서 유서가 발송되고 네모난 관에 실려 다시 네모를 향하여 행진하는 네모 인간들. 혹은 마모 인간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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