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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문화가 산책> 제비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7년 05월 22일(월)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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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 김구용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 제비들이 막막한 해면 위로 뭍의 향훈을 꿈꾸며, 이 공포를 횡단하고 있다. 나의 어지러움이 어느 바다에 부침하는 제비의 유해와 같을 숙명이라 하여도 좋다. 그러나 단 한 송이의 장미와 녹음과 처마(?下)를 삽입할 여백도 없이 말아오르는 성난 파도 위를 제비들이 날으며 있다. 그것은 노력이 반요(反要)하는 무형의 바탕에서, 나의 제비가 날으는 힘이라고 하자.
제비의 귀환은 저 망망대해를 작은 몸으로 가로질러서야 가능한 일. 추호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성난 파도에 맞서는 제비 떼의 이미지는 장엄하다.
이 공포와 현기증과 절대고독이 제비의 숙명이자 또한 '나의 제비가 날으는 힘'인 것이다. 한국전쟁을 청년의 나이로 감당했던 세대의 삶을 치르는 한 감각이 아프게 여기 있다. 장편시 '구곡' '송' 등 유불, 노장의 교양과 서구적 전위성을 시 속에 아우르고자 했던 김구용의 모험은 그 난삽함만큼이나 기념비적인 폭과 심도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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