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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옷-이순자 <사>한국문인협회익산지부장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7년 02월 20일(월)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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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문인협회익산지부 이순자 지부장
ⓒ 익산신문
어느새 봄이 오나보다. 매일 입고 다니던 옷이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의 매서운 바람이 아니다. 햇빛도 구름도 하늘도 느낌이 새롭다. 그렇다고 봄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아직 춥다. 살갗도 시리고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도 아직은 싸늘하다. 장롱 문을 열고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생각하며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새옷을 살까? 어떤 색깔의 무슨 옷을 사면 좋을까? '겨울배웅 봄마중'이라는 할인 알림 메세지가 때를 맞추어 울린다. 캐쉬백이며 마일리지 보너스가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명절이라고 할인을 하고, 계절이 바뀐다고 할인을 하고, 이런 저런 구실을 만들어서 옷가게는 일년 내내 할인행사를 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끌린다. 

  언젠가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 "옷이 예절이다"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다. 하는 일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옷을 입는 것이 예절이라는 내용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옷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양복, 운동복, 작업복, 잠옷, 평상복 등 필요에 따라 구별해서 입어야 한다. 

  또한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옷도 있다. 나에게는 엄마라는 옷, 아내라는 옷, 자식이라는 옷, 시인이라는 옷, 여자라는 옷 등 정말 여러 종류의 옷이 있다. 그 많은 옷 중에 나는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일까? 어느 옷을 입고 있을 때 행복하고 즐거울까?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입은 옷에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생각도 행동도 바뀐다. 어쩌면 옷은 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와 진료실에 앉아 있을 때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복을 입고도 산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감당해야 하는지 누구나 짐작이 되는 일이 아닌가.

  나는 오늘 나의 옷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여러 종류의 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입을만한 옷이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새 옷을 사고 싶은 욕구가 슬며시 올라오는 나를 만나기도 한다.

  "머땜시 또 새 옷은 장만혀서 보냈다냐. 입을꺼 없을깜시 걱정일랑 허덜말고 인자는 고만 사도 되어야 멀쩡한 옷 많어야" 
  날씨가 추워진다고 가볍고 따뜻하게 입으시라고 어머니께 새 옷을 사서 보내드리던 날에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육신이 성할 때가 음식도 맛있다고, 늙어지니 무엇을 입어도 괜찮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서 코끝이 찡하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큰소리로 투정도 부렸는데, 그런 내가 어느새 그 어머니의 나이를 넘어선채로 '엄마'라는 옷을 입고 살고 있다. 어머니의 발뒤꿈치도 닮지 못하면서 그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가끔은 호흡을 가다듬어 볼 일이다. 값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입고 사는 옷이 내게 어울리는 옷이었으면 좋겠다.
  봄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봄을 맞이해 본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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