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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고상진 보좌관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10월 17일(월)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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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익산신문 |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일대결전을 다룬 대하소설 ‘초한지(楚漢志)’,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음직한 역작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사자성어들의 대부분을 양산한 화수분이기도 하다. 한초(漢楚) 대결에서 승리한 유방은 고조로 등극하여 한(漢)왕조를 창업한다. 기원전 206년 창업한 한나라는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물게 400여년 지속되었고, 오늘날 중국사람을 지칭하는 한족(漢族)의 어원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마침 올해는 한나라가 창업한지 2222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과학이 발달하는 작금에도 2천여 년 전에 창업한 나라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창업을 이뤄낸 한고조 유방에 새삼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경쟁상대인 항우에 비해 결코 용맹하거나 전투를 잘 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불이 이글거리는 항우의 눈빛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임전무퇴의 비장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결전을 앞두고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서 피하기 일쑤였다.
물론 나름대로의 논리는 참으로 기발하게 만들어 냈다. 그런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를 제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유방이 승리한 가장 큰 원동력은 ‘운(運)’이라고 단정 짓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의외성이 도드라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운이 자신을 향해 웃도록 만든 것은 분명 그만의 역량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도 당연한 것은 ‘경청과 소통’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의 주변에서는 간언(諫言)을 아끼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 그가 채택한 간언은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장량, 장평, 역이기 등이 앞서 말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다. 유방은 그들의 목소리에 언제나 귀를 열어놓았고, 또 그들의 간언을 무시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백성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박수소리 들린다’고. 백성을 하늘같이 여기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지도자 유방에게 운이 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 있다.
거록의 전투 이후 하늘을 찌를 듯 기세올리던 항우가 성고·형양을 둘러싸고 유방과 공방전을 벌일 때였다.
당시 가장 큰 곡창지역인 오창(敖倉)을 놓고 두 사람이 보인 행보는 극과 극이었다. 항우는 ‘많은 군사가 필요하지 않다’며 간과했던 반면, 유방은 오창을 취하기 위해 ‘10만 대군을 들이대’고 결국 무혈입성했다. 항우는 환초의 간언을 무시했고, 유방은 역이기의 간언을 소중히 여겼다. 이때 역이기가 유방을 설득한 논리는 가히 새겨들을 만하다.
‘하늘은 하늘을 아는 사람이라야 왕업을 이룰수 있다’(知天之天者 王事可成)면서 “무릇 임금 노릇을 하려는 이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고 있습니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며 오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하를 도모하고자 했던 유방에게 더없이 큰 명분을 안겨준 것이다. 결국 유방은 오창을 취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한다.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지도자의 표본으로서 한고조를 으뜸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요즘 집권 말기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최근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은 30년 전 전두환 독재 시절을 방불케 한다. ‘최순실’ 등 비선측근이라는 사람들의 전횡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과연 사회시스템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솔범위 안에 들어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될 치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는 진솔하게 ‘간언’하는 측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자신의 간언이 무시당할까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호가호위의 달콤한 유혹 때문일까. 다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청하지 않는 지도자 곁에는 간언하는 자가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고 있다만, 백성을 하늘로 여기는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반드시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는 즉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지도자’가 역사적 창업을 완수하기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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