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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우리 앞에 있는가? -일본, 일본인
류준식 시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6년 08월 31일(수)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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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신문
우리 속담에 ‘똥 뀐 놈이 성낸다.’ 는 말이 있다. 거짓말도 백번쯤 하면 진실이 된다고 믿는 나라. 열두 겹을 벗겨본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그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참으로 괘씸한 나라다, 그러나 어쩌랴! 악연도 인연인 걸. 그렇거니 마음 다스려 큰마음으로 임진왜란이며 일제36년, 독도며 위안부, 그리고 그 야릇한 아베의 웃음도 며칠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길 소원하며 트랩에 올랐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드니 금새 빌딩숲에 묻힌다. 기사의 호의로 신주쿠 긴자銀座거리며 도교 도청전망대 그 밖의 7개 도시의 명승고적과 크고 작은 골목길을 많이도 누볐다. 괘씸함보다 더 내려놓고 돋보기를 쓰고 볼 것은 보기로 했다. 여겨 듣기로 했다.

  첫인상을 말하라면 한마디로 ‘괘씸하게 깨끗한 나라’다. 도로변에 주차하지 않는 나라. 전신주나 보도 불럭에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지 않는 나라. 작고 아담한 간판들은 유럽의 어느 거리를 연상케 하는 나라. 시샘이 절로 나는 부러움이다. 나는 순간 우리나라 대학로나 먹자골목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소주잔이 뒹굴고 닭튀김박스와 나무젓가락이 자유분방하게 널려있는 공원벤치. 심지어는 빨대가 꽂혀진 종이컵이 담벼락 위에 덩그렇게 올라앉아 우리 젊은이들의 아닌 의식수준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순간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대꾸해 왔다.

‘너희는 아직 멀었어. 어림없어. 우릴 못 따라와. 50년? 아니 500년도’

그들과 우리, 뭐가 다른데. 우리는 왜 이래야 되고 그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 마음이 급해진다.

  혹자는 말했다. 한국인은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알지만 일본인은 평범한 근무복이나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국인은 호의호식 하는 것을 성공으로 알지만 일본인은 공깃밥 1사발 단무지 3개 김 3장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한국인은 크고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알지만 일본인들은 20평정도 집에서 사는 것으로 자족한다고. 

  도시마다 아담한 집들로 꽉 차 있었다. 마치 너럭바위에 조개가 덕지덕지 붙어있듯 정가롭다. 아파트공화국이라 칭함을 받는 우리의 경우라면 재건축이 여러 번 반복되었을 것이다. 물론 지진의 나라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나만의 아담한 공간을 고집하고 알뜰히 가꾸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들이 좋아보였다.

  한국인은 비싼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알지만 일본인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역시 역마다 거리마다 자전거 주차장이 있었다. 내가 사는 소도시 아파트에는 외제차바람이 매우 거세다. 허나 이곳에서는 외제차나 중형차를 보기가 무척 힘들다. 거개가 경차다.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한 법률적 제제도 있겠지만 노상 그것만은 아닐성싶어 본받을 만하다.  

  한국(노조)은 회사가 2천억 이상의 손실이 나도 성과급 달라고 파업하는데 반하여 일본(노조)은 흑자가 나도 회사의 앞날을 생각하여 임금동결을 자청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퇴근 30분전부터 퇴근준비를 서둘고 ‘땡’하면 총알같이 나가는데 일본인들은 내일 일을 앞서 계획하고 준비한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사십년 전, 선배 두 분의 말이 떠오른다. 그 하나는,

선진지 시찰차 일본에 갔었단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가지고 오던 중 만지작거리다 약간의 파손이 있었다. 비록 내 잘못이 컸기에 망설이다 혹시나 하여 상점에 알렸더니 다음과 같은 물음이 왔단다.

‘에이에스를 원하십니까? 제품 교환을 원하십니까?’   

후자를 선택하니 여행경로를 따라 목적지에 제품이 먼저와 있었단다. 

  또 다른 선배의 이야기다.

선물을 사려고 상점에 들렀단다. 두루 살피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막 나오려는데 등 뒤에서 자기를 향하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여 실례를 하지 않았나싶어 가이드에게 물으니

‘귀하께서 찾으시는 물건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옷가게에 가면 손님을 끌어당겼다. 이것저것 뒤적여 보여주지만 아니다싶어 나오려면 험한 욕설과 핀잔이 뒤통수를 때렸다. 그게 두려워 억지구입을 하고 후회하는 시대였다.

  이 모두의 진부를 명명백백 검증할 수도 필요도 없지만 분명 그들은 우리 앞에 있음이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남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면서도 굳이 결론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친절은 배려가 아니라, 나의 인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공익을 생명처럼 지키며 아니면 ‘왕따’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우리의식까지도 부럼이다.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그 국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선민의식과 선진의식에서 비롯된다. 질서와 청결 그리고 친절은 그들의 대명사요, 그들의 상표가 된지 오래다. 탈 아시아를 자처하는 그들의 면면에 경의를 표하며 무겁게 트랩을 내렸다.  
/류준식 시인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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