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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모르는 남자에 대하여
시인/정성수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8월 16일(화)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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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익산신문 | 꽃이 핀다고 웃어도 안 되고 비가 온다고 금방 우산을 펴도 안되는 게 남자다. 힘든 일은 당연히 남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가장들은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슴에서 불탄다.
이런 사회 통념들은 머릿속에서 꽈리를 튼 강박관념으로 어깨를 짓누른다. 사랑의 눈빛을 보내면서 시치미를 떼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남자다. 넓은 가슴을 가졌다고 큰소리치지만 알고 보면 밴댕이 속이다.
모든 동물은 수컷 아니면 암컷이다. 일반적으로 수컷은 몸집이 암컷보다 크고 힘이 세다. 인간도 그렇다. 힘으로는 여자가 남자를 이기기 힘들다.
그러나 남자는 정신적.심리적으로 여자 보다 열세하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하고 응원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불리해지면 강자에게 붙는 야비함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상대가 비록 여성일지라도 생존을 위해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치사해지기도 한다.
비위에 거슬리면 불같이 화를 내고 여자에게 비난을 받으면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다. 여자에게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경우에도 계속 관심을 보이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남자다.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가 곁에 있어도 멋진 여자가 지나가면 눈이 돌아간다. 시각적 자극에 의한 본능이다. 남자는 뇌 구조상 일부를 보고 전체를 생각하기 때문에 근사한 여자가 지나가면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렇다고 옆에 있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중적 성격이 잠시 발로했을 뿐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겠으나 남자는 미안함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속성이 있음에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똑똑한 여자다. 똑똑하다는 것은 지식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깊은 것이다. 많은 지식을 가졌다 할지라도 아는 채를 하여 남자의 기를 죽이지 않는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 대화가 잘 통하면 더욱 좋다. 여자는 남자의 말을 알아듣고 거기에 맞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도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 않으며 남자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수긍하면 금상첨화다. 남자의 부족한 점에 지적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남자의 장점을 칭찬해 주는 센스가 있으면 엄지손가락이다. 가정에서는 살가운 아내이고 밖에 나가면 멋진 애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여자를 남자들은 좋아한다. 자신이 점찍어 놓은 여자를 다른 남자가 찝쩍거릴 때 무시무시하게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이 남자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고분고분하고 남자답게 보이려고 무척 노력한다.
몸집이 산 만하고 근육질인 남자도 알고 보면 단순하다. 보통 여자들은 작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각에 생각을 덧칠하지만 남자들은 직선적이며 단순하고 간단명료하게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이런 남자에게 암시를 주고 면박을 줘봤자 얻어지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남자에게 머리가 안돌아간다고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다. 필요하고 원하는 것은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평생 모른다.
남자는 도전의식이 강하다. 새벽부터 산꼭대기를 향해 죽자 사자 올라가는 것도 도전의식 때문이다. 정상에 도달해 봤자 허무한 것은 산 아래서나 산 위에서나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서 도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남자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한다. 그러나 일단 내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개 닭 보듯 한다. 여자가 토라지면 그때 정신을 차리기도 한다. 어떤 남자는 여자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 뒤늦게 여자의 뒤꿈치를 잡고 가슴을 친다.
남자의 사랑은 두 손바닥으로 감싸 안은 물이다. 적당히 힘을 주고 신경을 쓰면 물은 두 손바닥 안에 어느 정도 모양을 유지하지만 긴장을 풀거나 두 손바닥을 떼면 물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흩어지고 만다. 남자에게 사랑은 그런 것이다.
남자는 바깥양반이라는 호사스런 호칭이 있다. 이는 밖에서 경제활동을 잘 할 때 불려진다. 강건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일 때 가능하다. 남자는 부양책임이 있다.
반대급부로 가정에서 절대적인 권력자다. 그러나 요즘 남자들에게는 의무만 있을 뿐 권위는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학연이나 지연 등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때로는 이들과 결탁하여 내 보금자리를 더 튼튼하게 지키는 것이 남자의 책무다.
나아가 고장과 국가를 위하여 봉사와 희생정신을 갖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굳센 체력과 회전이 빠른 머리가 필요하다.
퇴근길 술집대신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집으로 가는 남자. 살며시 손을 잡으면서 걸음 늦은 사랑을 위해 걸음을 한 템포 더디게 뗄 줄 아는 남자. 슬리퍼를 끌고 나가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을 나눠먹을 수 있는 편한 남자. 밤하늘의 별을 따다주겠다고 객기를 부릴 줄 아는 남자. 코트 깃을 세우고 눈길을 걸어가는 고독을 아는 남자. 그런 남자가 바로 안아주고 싶은 남자다.
바위처럼 묵직하고 물처럼 담백하고 무쇠처럼 단단한 그런 남자야말로 자신을 다스리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우렁찬 목소리와 소탈한 식성으로 멀리 보는 안목과 과학적인 사고와 정확한 직관으로 일 속에 빠져 있을 때 남자의 눈은 빛난다. 그러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폄훼하고 깎아내리거나 허풍이 하늘을 찌르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다.
그뿐이 아니다. 위아래도 모르면서 혼자 잘났다고 말끝마다 남자 남자하면서 남자가 무슨 특권이나 되는 것처럼 목에 힘을 주는 남자는 못난 남자다. 남자는 남자다울 때 사랑받고 존경받는다.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도 상대방이 사과할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는 남자도 역시 못나 보인다. 여자를 폭력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남자는 더더욱 곤란한 남자다.
자기 혼자만 유독 처자식에게 호의호식好衣好食을 시켜주는 것처럼 공치사하는 남자는 쩨쩨하다. '이 여자 저 여자를 쫓는 남자도 있지만 단지 한 여성에게서 여성 전체를 이상화하고 그 여성 속에 우주를 요약하는 남자도 있다.'는 'H.발작'의 말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남자도 있다. 남자를 늑대라고 말하지만 늑대는 평생을 한 마리 암컷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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