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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문화가 산책) 거룩한 허기
전동균 作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7월 11일(월)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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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못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피네스테레:포르투갈의 지명. '산티아고의 길'의 끝으로 로마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
결기(決起)가 느껴지는 멋진 시다. 피네스테레는 순례코스로 유명한 '산티아고 길'의 끝이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우며 인생의 오욕과 과거를 모두 재로 날려버린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된다. 지구 건너편 한국의 어느 시골마을. 청둥오리 날아가는 방죽에선 시인이 자신의 시를 불태운다. 자신의 상처와 환희가 모두 담겨 있을 시를 불태우며 새롭게 시 앞에 설 것을 선언한다. 가장 훌륭한 깨달음은 자기 자신이 이룬 것조차 불태워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집착과 기억마저 버릴 수 있을 때 '신(神)'도 '시(詩)'도 나를 찾아와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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