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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花鬪 )
정성수 시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6년 07월 11일(월)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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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시인
ⓒ 익산신문
전에는 ‘사람 있는 곳에 화투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요즘은 아니지만) 평소에 서랍장이나 장롱 속에서 잠을 자던 화투가 명절이 오면 가족이나 친척들이 모인 자리를 비롯해서 상가喪家에서도, 동창회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화투짝을 손에 쥐고 둘러앉은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은 웃음이 나올 정도다. 그런가 하면 숫자놀이에 머리를 쓰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가끔 다툼과 시비를 일으켜 질타를 받기도 하는 것이 화투다.

  화투花鬪는 한자로 '꽃싸움'이다. 높이 쳐든 팔에 힘이 부쩍부쩍 붙어 가는 화투는 ‘투전’(鬪箋:종이에 인물·새·짐승·물고기 등과 글귀가 적힌 패)이라는 뜻으로, 계절에 따라 꽃이나 풀 따위를 그려 넣은 딱지 모양의 놀이 도구다.
 
일 년 열두 달에 해당하는 풍경이 각각 네 장씩 그려져서, 모두 48장으로 되어 있다 감싸 쥔 화투장과 상대의 눈치를 살피면서 손익계산에 따른 환희나 한숨은 박진감 넘치는 화투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 사람 이상 모이면 화투판을 벌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화투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화투놀이 중에서도 특히 고스톱을 좋아한다.
 공항대합실에서도 치고 비행기 안에서도 친다. 심지어 국회의사당 내에서 고스톱 판을 벌인 국회의원들까지 있을 정도다. ‘고스톱 공화국’이라도 된 것 같다.

  50-60년대 농촌에 동내마다 사랑방이라는 것이 있었다. 부엌에 큼지막한 무쇠 솥은 걸어놓고 쇠죽을 쑤었다. 아랫목이 쩔쩔 끓었다. 그런가 하면 군불을 때서 온 방이 뜨끈뜨끈하였다. 어떤 마을에서는 구멍가게를 차린 집에서 일부러 사랑방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랑방에서는 동네사람들이 모여 새끼를 꼬거나 멍석을 짜기도 했다. 기박碁博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화투였다.

  화투는 비닐제품이기 때문에 얇고 쉽게 부러지지 않아 반영구적이다. 그 시절의 화투는 종이 사이에 백회를 넣고 양쪽을 붙여 만들었다. 화투를 빳빳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잘못 다루어 화투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하얀 백회가루가 나왔다.

부러진 화투는 다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종이로 양쪽을 붙여 사용하거나 두꺼운 종이를 화투짝 크기로 오려 붙인 후 비슷하게 그림을 그려 사용하기도 했다. 화투 놀이는 처음에는 오락으로 시작된다. 두부 내기나 막걸리 내기 등이 고작이었다. 나중에는 도박이 되어 돈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생겼다. 머슴을 사는 사람 중에는 농한기 며칠 동안에 일 년분 새경을 잃고 일 년 내내 쎄빠지게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 화투는 우리 고유의 오락기구가 아니라 일본에서 전파된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점령한 후 사람들이 투전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국민성을 말살하려고 의도적으로 보급시켰다. 화투가 들어오면서 도박의 판도가 바뀌어 투전은 자취를 감추었다. 화투는 광光 · 열閱 · 단短 · 피皮 등 네 장이 한 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에 따라서 광光자가 있는 20끗짜리, 10끗짜리, 5끗자리, 그리고 끗수가 없는 홑껍데기 등 네 가지로 나눈다. 광光은 최고 통치자를, 피皮는 일반 백성을 의미한다. 음력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되어있는 화투는 1월은 송학(松鶴:소나무와 학), 2월은 매조(梅鳥:매화와 꾀꼬리), 3월은 앵화(?花:벚꽃) 4월은 흑추(?萩:흑싸리)  5월은 난초(蘭草:난초과에 속한 여러해살이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6월은 모란(牡丹:작약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 7월은 홍추(紅萩:홍싸리), 8월은 공산(空山:공산명월), 9월은 국준(菊俊:국화), 10월은 단풍(丹楓:단풍잎이나 노루가 그려져 있는 패), 11월은 오동(梧桐:오동나무와 봉황 등이 그려져 있는 패), 12월은 비(雨:비가 오는 풍경에 우산 쓴 사람, 개구리 따위가 그려져 있는 패)로 되어 있다.

이런 화투가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투 장 하나하나에는 일본 고유의 세시풍속과 풍습은 물론 월별 축제와 갖가지 행사에 따른 교육적 교훈까지 담겨져 있다.

  화투놀이는 종류도 가지가지다. 오락으로 즐기는 민화투(늘화투), 육백(600), 나이롱 뽕, 삼봉, 고스톱 등이 있고 도박성이 강한 도리짓고땡, 섰다, 쪼이, 버티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노인들이 재미로 하는 재수보기와 운수 띠기가 있다.

요즘에는 주로 고스톱을 친다. 고스톱은 방식도 다양하고 지방이나 시기에 따라서 방법이 다르다. ‘오공 비리 고스톱’ ‘가수 ○○○고스톱’ ‘코미디언 □□□고스톱’ 외에도 ‘삼풍고스톱’ 등 시대 상황을 빗댄 고스톱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아직도 공항, 기차 안, 음식점 할 것 없이 화투를 꺼내들고 고스톱을 친다. 심지어 가까운 가족, 친지들과 선후배가 만나는 명절에도 고스톱은 빠지지 않는다.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돈이 오고가는 고스톱 판에는 오락은 없다.
 
돈을 딴 사람이나 잃은 사람이나 극도의 긴장상태다. 고스톱 판에서 죽어나는 것은 죄 없는 담배였다. 너나할 것 없이 줄담배를 피우다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요즘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는 수상수하 할 것 없이 돈독이 올라 눈이 빨갛다.

  도박은 묘한 것이다. 돈을 따면 더 따고 싶고, 잃으면 본전 생각이 나서 손을 못 놓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을 하다보면 잃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 때부터 안면몰수다. 형님이고 나발이고 욕이 튀어나오고 심지어는 주먹이 왔다 갔다 한다. 돈을 잃은 날은 뵈는 게 없다. 도박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중독이 되면 끊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도박은 몸과 정신을 망가뜨려 사람을 우습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을 흔히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한다. 욕먹어도 싸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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