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북서부에 위치한 익산(益山)은 높고 험준한 산은 없으되 지명 한자 풀이에서 보듯 ‘산으로부터 이로움을 얻는다’고 전해왔다.
오래전부터 석재산업이 발달되고 1993년 황등에 석재전용농공단지가 국내에서 처음조성 된 것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문화지구의 하나인 미륵사지내 국보 11호 석탑이 건립된 것도, 산에 엄청나게 매장된 화강암으로 가능했다고 볼수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로움 한편엔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수십년전부터 불법 토석채취 뿐 아니라 석재 채굴 및 가공시 소음·석분 비산먼지· 폐수발생 등 환경오염 및 훼손 문제로 인한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환경당국과 자치단체에서도 문제가 생길때마다 지도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공언을 해왔고 위반석산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뒤따랐다.
1990년대 이후에는 토석을 채취한 석산이나 사용기간이 만료된 석산 복구가 새로운 과제로 부각됐다.
이와 동시에 양질의 토사, 즉 흙이나 석분으로 해야될 석산 복구 매립재에 법개정 이전에 매립사업계획서를 접수한 낭산면 한 폐석산에 일반폐기물까지 투입되고 있어 환경오염 우려가 높아져 왔다.
현재 익산지역에서 허가된 채석장이 30여곳이 넘고 채석 마무리 절차와 함께 복구단계에 있는 석산이 20곳에 가까워짐에 따라 자치단체의 환경담당부서의 감시망은 더욱 강화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일반폐기물로 매립하겠다고 허가를 받은 폐석산에 1급 발암물질인 비소의 법정기준치를 초과한 지정폐기물 광재가 경기도 안산 등 외지에서 반입돼 수년간 조직적으로 불법매립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익산지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이 폐석산에는 비소가 함유된 폐건전지 찌꺼기가 4~5년전부터 최근까지 3만5250톤가량(트럭 2500여대 분량)나 매립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정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둔갑돼 매립된데는 허술한 현행 성분검사 시스템과 관리감독의 부재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최초 맹독성 폐기물이 발생된 곳의 자치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성분검사를 하지 않고 익산시에서도 그곳만 믿고 단 한차례도 성분검사를 하지 않고 나몰라라한 결과다.
폐기물을 반입한 업체는 그점을 악용해 수년동안 불법을 저질러 온 것이다.
맹독성 폐기물의 최초 발생지나 운반, 최종 매립장 등에서 제대로 된 성분검사를 한번이라도 했다면 이런 심각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은 총체적 난맥상을 꿰뚫고 있다.
비소는 사약의 원료가 될뿐 아니라 흡입·섭취, 피부접촉이 되면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유독물이기에 지역사회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사범수사단에 의해 적발이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양이 감쪽 같이 익산지역 산하를 오염시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익산시가 뒤늦게 폐기물사업장에 대한 관리부실을 공식사과하고 완벽하게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지만 이미 토양은 오염됐고 원상복구에 따른 시간 및 예산 낭비 등 후유증은 너무나 크다는 점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친격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