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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답이 없는 국가
황등중 한승증 교사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5월 02일(월)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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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익산신문 | 온 국민을 판타지 로맨스의 세계로 몰라 넣은 드라마가 있었다. <태양의 후예> 열풍에 수많은 여성들이 ‘심쿵’하였을 정도였다. 필자가 제직하는 학교에서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는 딸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로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 ‘구원커플’(진구-김지원)이라는 말들을 한다고 하면서 이 드라마를 안보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다보니 집에 TV가 없어서 본방을 보기 힘든 데도 방법을 강구해낸 결과 인터넷을 이용하면서까지 이 드라마를 봤다. 아내는 무슨 남자가 드라마에 빠져 사느냐고, 초등학생이 드라마 보느라 늦게 자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부녀는 사회생활을 원활히 하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아내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 다음날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 어느 선생은 남자주인공 송중기의 말투로 말끝마다 “~말입니다”하는 말을 해서 다들 웃으면서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하곤 하였다. 이를 본 어느 선생님은 직장 분위기를 좋게 했다고 송중기에게 감사패를 줘야한다고 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봐도 매 회마다 잘생긴 남녀 주인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달달 멘트를 쏟아내는데 어쩜 그렇게 멋지게 보이는 지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하였다. 같이 보는 딸아이가 “아빠도 엄마랑 연애할 때 저랬어.”라고 묻는 데 그저 웃을 뿐, 말도 못했다. 사실 그 어떤 남자가 송중기처럼 멋진 외모에, 멋진 액션을 보이면서 여자 친구를 심쿵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송중기에게 질투를 하자니 어이없고 부러워하자니 씁쓸하고 뭐 그러면서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아마 뭇 여성들은 이른바 송송 커플이 보여준 특유의 '오글거림' 멘트를 보면서 민망하다가도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쫄깃한 대사에 많이들 설렜을 것 같다. 그러나 이처럼 농담과 진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던 이 로맨틱한 드라마가 작가의 의도든 아니든 군인정신이 투철한 주인공 덕분에 애국심, 충성, 희생 등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국가의 역할'에 대해 묻곤 하였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에서는 이 드라마를 방영하려는 것에 한국군을 미화시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난다.
이 드라마에서 이런 부분의 클라이맥스가 있었다. 청와대 안보수석이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갱단에 납치된 여주인공의 구출작전을 보류하였다. 위험에 직면한 여자친구(송혜교)를 구해야 하는 군인 신분의 남자친구(송중기)는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생기면 어때,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뒤이은 장면은 더 환상적이었다. 특전사 사령관(강신일)은 자신이 모든 책을 지겠다고 나섰다. 이 말은 자신이 평생을 쌓아올린 특전사 사령관직을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특전사 사령관이 자신이 평생 쌓아올린 것을 다 내려놓고도 책임을 지겠다는 데 안보수석은 이를 묵살하면서 대놓고 비난하였다. 안보수석은 이런 특전사 사령관을 묵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개인의 안전보다 국익이 먼저임을 강조하였다.
안보수석보다 직위가 낮은 특전사 사령관은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종료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대통령이었다. 긴급하고 난감한 상황을 보고 받은 대통령은 특전사 사령관을 편 들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인질은 무사하니 되었습니다. 그게 최우선입니다. 문제는 정치와 외교이니, 그럼 그건 제 책임입니다. 모든 책임 제가 집니다. 국민을 무사히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돌아 와준 것도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대통령은 특전사 사령관에게 일어서서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하였다. 그 순간 안보수석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특전사 사령관은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에 대해 감동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 순간 가슴 깊이 밀려오는 감동에 마음이 참 훈훈해짐을 느꼈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리얼' 판타지이다. 모두가 꿈꾸는 현실과 다른 세상이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였다. 300여 명의 희생자들이 있었고 아직도 9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2년 째 "진실을 밝히고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송중기 같은 멋진 사람도, 특전사사령관과 같이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그래서 자신이 어려움에 직면해도 그건 자신의 몫이라고 하는 대통령은 더더욱 없다. 국가는 여전히 진상규명에 무관심하고 책임자도 물론 없다. 책임지는 사람은 현실이 아닌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것인가 보다. 문득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국가와 필자가 사는 지금 이 나라는 다른 나라인가. 오직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만 남아있다.
사회 심리학적 용어 중에 ‘원인귀속’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사건의 사실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원인을 찾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원인을 이웃이나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켜 증오하거나 원망하기도 한다. 오늘 우리의 국가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만 같다. 지금도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을 청해진 해운의 실제 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에게 다 뒤집어씌우고 국가는 그 책임에서 발을 뺀 그 때 그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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