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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 송찬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4월 18일(월)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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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냉이꽃이 내게 사 오라고 한 빗과 손거울을 아직 품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떠나온 날짜를 세어본다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냉이꽃을 발음하기만 해도 오해한 애인과 화해할 것 같다. 상한 감정을 다 내려놓고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시작할 것만 같다. 이렇듯 하얗고 소담한 냉이꽃을 들여다보노라면 마치 착한 누이의 부드러운 손길처럼 느껴진다. 허물을 덮어주는 마음씨 고운 눈길 같아서 마주하는 내내 덩달아 마음이 순해짐을 느낀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거짓으로 사랑을 위장하지 않아도 될 사이 같은, 어떤 상대도 마다않는 손길처럼 빈 박카스 병이 나뒹굴고 버려진 슬리퍼의 낮은 자리에서도 곁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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