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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에서 백제를 말하다》전을 감상하면서
최병길(철학박사, 원광대학교 교수)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4월 04일(월)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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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최병길(철학박사, 원광대학교 교수) | | ⓒ 익산신문 | 익산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해왔던 솜리예술회관이 노후해짐에 따라 중앙체육 공원 옆에 새롭게 익산 예술의 전당을 건립한 바 있다. 전에 비해 공연공간이나 전시공간도 넓어지고 운영 장비도 현대화되었다. 이제는 모름지기 관람자의 숫자가 늘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훌륭한 문화공간을 더 많이 활용해주시라고 권하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다. 요즈음처럼 불경기에 먹고살기도 정신이 없는 마당에 문화생활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거의 한 달 동안(3월 4일-31일) 전시되었던 《백제에서 백제를 말하다》전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분야의 16명 작가를 선정하고 백제라는 주제로 준비한 기획전이었다.
이 그룹전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서홍석이 그린 <초혼가>라는 작품이었다. 그는 이 기획전에 출품을 의뢰받고 거의 한 달 동안 그렸다고 한다. 특히 가로 18개, 세로 6개 도합 108개나 되는 6호 정도의 캔버스 천 조각들을 전시장 벽 공간에서 종횡으로 나열하면서 익산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전개해 놓았다. 108점의 각 그림마다 저마다의 기막힌 사연들이 담겨져 있다. 정읍사, 칠지도, 무령왕릉, 서동요, 낙화암, 삼천 궁녀, 미륵반가사유상, 왕궁리 5층 석탑, 백제 대향로, 봉황, 부엉이, 수렵 등의 소재로 밝히고 있는 백제의 찬란하면서도 비운이 서려 있는 역사의 현장들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그리고 역사책을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조형언어로 짚어낸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서사시적인 그림들은 그래서 매우 실증적이다. 그리고 살아 있다. 작품이 매우 생동적이라는 것이다.
서홍석은 표현주의 작가이다. 요즈음 그의 표현성은 즉흥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즉흥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캔버스 천 위에 붓이나 나이프로 짓이기듯이 발라댄다. 표현기법이나 구도도 다양하다. 어느 작품은 물감에 기름을 듬뿍 발라 반투명 수채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가 싶더니 어느 결에는 마치 저부조처럼 물감을 듬뿍 발라 입체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가 원광대학교에 다니던 대학생 시절에는 사실 묘사에 매달려 질리도록 뎃생을 하더니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추상의 세계에서 노닐고 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흘렀으리라. 그가 이 작품의 제목을 <초혼가>라 했던가. 각 작품에 등장하는 1-2개의 소재들이 매우 상징적이다. 불교의 정토였던 이 백제의 땅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사라졌다. 흥망성쇠가 무수히 반복되었던 이 백제의 역사를 조형화한 그의 이 작품이 우리 백제인에게는 그래서 매우 소중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익산시도 예향의 도시답게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전개하고 있어서 필자는 예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그러나 여기서 예술문화 정책의 시행에 대해 예향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남도의 어느 도시는 시립미술관을 만들어놓고 기획전을 가진 다음에 우수하다고 가치를 인정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매우 부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부러움으로만 끝날 일인가? 그것이 좋은 정책이라면 우리도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서양의 미술사를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시대마다 독특한 미술양식을 꽃피워왔다. 우리도 익산의 미술양식을 만들어나갈 때이다. 그 양식은 우리 익산의 미술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양식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 | | ↑↑ 서홍석, 초혼가, 42x28cm, 108개,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 2016. | | ⓒ 익산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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