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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대기업 예술문화 사랑을 바라보면서
최병길(철학박사,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6년 02월 22일(월)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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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길 철학박사,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 익산신문
 몇 년 전에 이 그림이 항간의 뉴스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 그림은 팝 아트 작가인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의 <행복한 눈물(Happy Tears), 1964>(도 1)이다. 
  팝 아트란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현대미술 사조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시기보다 10년 정도 앞선 1950년대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사조였다.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 그러한 미술사조가 유행했을까? 거기에는 영국의 산업혁명이라는 기계문명의 도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영국은 18세기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들보다 먼저 산업혁명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수많은 공장들이 지어졌고, 거기서 생산되어 나오는 대량의 상품들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기계문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사회변화는 급기야 미술에서의 급격하고도 본질적인 변화도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레디메이드(readymade)이다. 이 영문 용어를 번역하면‘이미 만들어진’, 즉‘기성품’이라는 의미이다. 이 용어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2,000년이 넘는 서양미술사를 보면, 대부분의 미술작품들이 비싼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희소성의 가치 때문이다. 작품이 지구상에 1점밖에 없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우리가 공기나 물과 금이나 다이아몬드와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게 된다. 후자는 전자에 비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 익산신문
레디메이드는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등 입체주의 화가들이 최초로 사용했지만, 미술사에서는 뒤샹의 예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뒤샹은 1917년에 <샘(Fountain)>(도 2)이라는 작품으로 앙데팡당전에 출품했지만 보기 좋게 전시를 거절당했다. 왜냐하면 그 작품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상점에 있던 남성용 소변기를 구입하고서 그 테두리에‘R. MUTT 1917’라는 글자만을 붓으로 쓰고서 전시회에 제출한 것이었다.

이 작품이 전시를 거절당했지만, 그의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미술작품에 대한 엄청난 인식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첫째, 미술작품과 상품의 한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며, 둘째, 예술가와 일반인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것 등이다.     
  팝 아트도 레디메이드와 마찬가지로 예술가의 가치를 말할 때 사용하는 독창성(originality) 개념을 깡그리 부수어버렸다. 이 작품들처럼 누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동일한 작품도 여러 점을 제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서 거론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미술사적인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먼저 대기업 CEO들의 예술문화 사랑인 것이다.

  현대미술의 산실인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팝 아트 직전에 유행했던 추상 표현주의 작가들을 보면 그들 대부분이 미국의 시민권을 소지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은 뉴욕의 월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가의 대부들에 의하여 고가로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하다. 홍콩의 미술작품 경매시장에서도 본토의 중국인이나 외국의 중국계 화상들이 자국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거 구입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국의 예술문화 사랑이요, 자국을 문화대국으로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필자만의 독단인가?
  우리나라만이 유독 외국의 작가들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져버린 메세나 운동이라고 해서 기업이 예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기업의 문화라는 포장지로 대외적인 이미지를 개선 내지는 격상시키는 정책이 과거에 진행된 적이 있기도 하다. 지금 서울의 몇몇 유명 화랑들이 미국이나 중국의 잘 나가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구입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 구입 자체를 여기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가 현재보다 더 밝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구입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 미술 비평가들에 의하여 자리매김해가는 대대적인 작업을 수행했을 때 우리의 예술문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며, 그것이 거꾸로 우리에게 문화대국으로서의 국가 등급을 한껏 격상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어디 우리에게 고액의 돈이 있는가? 그것은 물론 경제논리에서 어긋날 수도 있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기업 오너들의 각성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의 대기업 오너들은 자국의 작가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작품을 구입하여 일정한 적정가를 유지하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미술사조의 탄생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외국에서는 국가가 어려워졌을 때 대기업 오너들이 앞 다투어 기꺼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나라사랑을 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느 기업에서는 형제간에 총수 자리를 놓고 싸우지를 않나? 잊혀질만하면 일부 대기업에서는 예술작품을 비자금 마련창구로 활용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그러한 대기업 오너들의 문화사랑을 촉구하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에게 먼저 던지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 그것은 21세기가 바로 문화시대이며, 수준 높은 문화를 갖고 있을 때 국가의 경제적인 경쟁력은 한층 격상된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분야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분야만 살리고 순수미술 분야를 없애버렸을 때 종국에 가서는 디자인 분야 또한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참으로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다자이너의 창의적인 디자인의 원천이 바로 순수미술적인 감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은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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