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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류근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6년 02월 05일(금)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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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한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지독한 사랑은 결별조차 힘들다. 지독한 사랑은 그 지독함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다. 그리하여 떠난 사람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눈이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사랑의 발자국에 “하얗게” 맺힌 피가 잔영처럼 남아 있다. 사랑을 잃은 자, 모든 것을 잃은 자이다. 그래서 발이 묶이고, 그에게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류근 시인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위 시는 이 노래와 잘 연결된다. 오죽하면 눈조차 “욕설처럼” 내릴까.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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