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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의 위력
정성수 시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1월 11일(월)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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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익산신문 | 우리나라에 처음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1896년‘아관파천’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신 것이 공식 문헌 기록으로 남아 있는 정도다. 커피는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다. 오랜 세월 인간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은 약리효과 때문이다. 17세기 이후부터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기호 식품으로 즐겨 마시고 있는 커피 소비량은 선진국일수록 높다.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가장 높고 미국과 일본이 다음을 잇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도 어제 오늘이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 몸에 유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과학적인 분석과 임상실험 결과, 커피가 몸에 이롭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적 관점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커피의 대표적 성분으로는 카페인, 나이아신, 클로로겐산, 칼륨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성분인 카페인은 냄새가 없고 물에 잘 녹으며, 인체에서 다양한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잔에는 65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대여섯 잔 정도의 커피는 신체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과다 섭취할 경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면‘카페니즘’인 불면, 두통, 불안, 초조, 설사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건강한 성인 남자의 경우 6시간이 지나면 섭취한 카페인의 반 정도가 분해된다. 체질에 따라 카페인 분해 속도가 다르므로 이를 감안하여 자신이 몇 잔 정도를 마셨을 때 가장 상쾌한 기분이 되는 지 판단하고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거나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카페인이 몸 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특히 어린이나 간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의 경우 3~4일 정도 남아있다는 보고가 있다.
카페인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질병 분류에서 중독물로 지정되지 않았다. 또 카페인에 대한 연구에서도 커피의 장기 음용에 따른 의존성이나 남용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할지라도 중독성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각성효과다. 잠을 쫓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야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활성산소를 없애는 강력한 식물성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고 심장병과 동맥경화 발생을 감소시킨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피하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므로 살이 빠지게 하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간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알코올이 산화되어 생긴 강한 특성의‘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시키고, 이뇨작용을 통해서 배설을 촉진시켜줘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커피 속의 퓨란Furan류는 입 냄새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커피는 혈관을 수축시켜 기관지 점막의 분비물을 적어지게 한다. 카페인은 천식을 억제하면서 편두통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런가하면 커피가 우울증과 자살률을 떨어뜨려 알코올 중독 치료 효과 및 혈압강화 효과, 계산력향상 효과 등이 있다는 외국의 연구 보고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커피를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 속의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피로가 쌓인 경우 피로를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커피가 위벽을 자극하여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과 식도를 연결하는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위산이 식도에 역류하여 속 쓰림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루 6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 위궤양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하루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심근경색 발생률이 2~3배 증가한다. 이 밖에도 커피는 콩팥에 작용하여 소변 량을 늘려 탈수 현상을 초래하고 목소리를 잠기게 하는가 하면 불안?흥분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루에 커피 석잔 이상 마시면 여성은 임신이 안 될 수 있고, 임신한 여성은 조산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커피를 삼가야 하는 사람으로 ‘심장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노인이나 요실금이 있는 여성들’을 지적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기왕에 마실 커피라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원두를 갓 볶아서 바로 갈아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가 급속히 진행되므로 2~3주 안에 먹어야 맛은 물론 각종 영양성분과 항산화물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300mg 이하로 먹는 것이 좋다. 이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3잔 이내가 적당하다는 뜻이다. 카페인의 혈중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대개 4~6시간 정도이므로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은 늦은 오후나 저녁시간에는 커피를 피하는 게 좋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커피 잔을 들고 바라보는 저녁노을,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커피 잔 속으로 뛰어 들 때 진한 커피 향은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다. 허기의 시간도 발바닥 부르트게 걸어온 하루도 커피의 맛과 향에 더욱 풍부해지며 피곤은 사라지고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자 그리움이고 만남이자 대화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자 마지막 잔을 나눈 이별이기도 하다. 생각과 상황에 따라서 기쁨이 되고 눈물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루왁’보다도 자판기에서 뽑아 낸 일회용 커피가 가슴을 관통하기도 하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출세가도는 앞서 달려야 하고 높은 자리에 먼저 안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를 모르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이라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인생은 간다. 영원할 것 같은 다이아몬드도 깨지고 금지환도 색깔이 변한다. 오늘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생각이 잠긴다. 이제 빨리빨리!에서 느림의 미학이 간절한 시대에 직면했다. 잰걸음을 잠시 멈추고 커피 한잔의 여유에 기대면서 수많은 종류의 커피들을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떠 올린다. 커피 전문점의 커피 한잔 값이면 자판기 커피는 수십 잔이다. 거친 세상을 털레털레 걸어가는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반성의 법정에 선다. 죄는 마음의 뜨락에도 있다. 미안하다. 네 슬픔보다 내 입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잠시 가져 보는“전문점 커피 한잔 값으로 지구촌 생명 몇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얼마나 기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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