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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의 깊이 _ 권혁웅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6년 01월 02일(토)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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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여다볼 때마다 우물은 출렁이며 내 얼굴을 지웠습니다 눈과 코와 귀가 산지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파경(破鏡)이 따로 없었습니다 나는 눈이 없어서 눈꺼풀이 없었습니다 코와 귀가 없어서 비린내를 맡을 수도 고백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한 깊이만 있었습니다 발을 뻗어도 손을 저어도 닿지 않는 깊이만 있었습니다 나는 거울도 없이 천착하고 또 천착하였습니다.
비로소 한 사람을 한 깊이로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 나의 일부를 이루던 눈이라는 것. 코라는 것. 귀라는 것. 없어지니 한 존재의 깊이만 남았습니다. 우물 밖에서 우리는 각자의 먼 나, 혹은 타자에게 닿을 수나 있을까요. 우물의 깊이를, 침묵의 깊이를 잴 수나 있을까요. 파경(破鏡)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가 부재하며 다른 한 사람만 출렁이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입술의 감각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던 기억에 골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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