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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 송종규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5년 11월 23일(월)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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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미륵사지로 떠나고
나는 미륵사지 밖에 남는다
속눈썹 밑으로 곧, 어둠이 찾아온다
무왕과 오층 석탑 그곳 미륵사지엔
푹 삭은 시간이 키우는 화살나무 하나가
무거운 잎 뚝뚝 떨구고 있을 것이다 누룩처럼 끓어오르던
검은 것들이 땅 속에서 꿈틀, 몸 비틀 것이다.
죽음마저도 증명할 수 없는
왕조와 한 사람의 생애, 그 어두운 바깥쪽을 서성이며
나는 몇 개의 열쇠를 비틀어 집으로 돌아온다
횃대 속의 닭들이 백제 식으로! 푸드득 방 안으로 따라 들어오고
문지방 성큼 넘는 왕의 곤룡포가 형광 불빛에 흔들린다
종이배처럼 접혀져 앉은 왕과, 갓 낳은 닭의 알과
이끼의 시간들 켜켜
단층을 이루는 마음 안쪽에
오층 석탑 미륵사지 빈 뜰이 환하게 불을 켠다
나는 천천히 열쇠를 비틀어 나를 잠근다, 아무도
미륵사지 안으로 걸어 들어오지 못한다.
화자는 미륵사지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화자는 과연 미륵사지에 닿기는 한 것이며 집에 돌아오기는 한 것일까. 화자는 영원히 바깥에 있으며 바깥을 떠돌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그런데 그 바깥은 또 모든 것의 안이기도 한 것이어서 화자는 거듭 “열쇠를 비틀어” 열고 잠근다. 나와 타자 사이에 가로놓인 거대한 단층. 그것은 아무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유폐된 자가 감당해야 하는 기나긴 형극의 시간. “어두운 바깥”과 “환하게 불을 켠” 내부 사이에서 화자는 서성이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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