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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 입력 : 2015년 09월 07일(월)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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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이 시는 물의 원형적 이미지(신비·탄생·소생·정화·풍요·성장)를 채용하여 영원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력을 희구하는 화자의 소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1연과 2연은 원형적 이미지로서의 물과 바다에 대한 끊임없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으며, 3연과 5연은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불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나날이 원자화되어 가는 오늘의 메마른 현실을 문제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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