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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 안도현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5년 08월 31일(월)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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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나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네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두운 것이어서

 

열 몇 살 때 그 집 뒤뜰에

내가 당신을 심어 놓고 떠났다는 것 모르고 살았네

당신한테서 해마다 주렁주렁 물방울 아가들이 열렸다 했네

누군가 물방울에 동그랗게 새겼을 잇자국을 떠올리며

미어지는 것을 내려놓느라 한동안 아팠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

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

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

혀 자르고 입술 봉하고 멀리 돌아왔네

나 여기 있고, 당신 거기 있으므로

기차 소리처럼 밀려오는 저녁 어스름 견뎌야 하네

 

성찰의 시인이라는 별명답게 나의 입장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입장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그만의 성찰방식도 여전하고, 만물을 저마다의 이치를 가진 존재로 보아 미물에게도 인격을 부여하는 소통의 방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시인의 시선이 자연의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서 인간에게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이 시 전체의 흐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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