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5년 05월 18일(월)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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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시인. 국악예술원 소리뫼 대표
ⓒ 익산신문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노래 가사를 보면 아무 생각 없는 구절 같지만 참 심오하기도 하다. 병원 가라사대 운동 좀 하고 살라는 계시로 요즘은 자전거와 걷기 운전수가 되었다. 덕분에 주변의 들판이나 마을들이 친해져 볼 때 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살갑다. 요즘은 보리가 연두가 여물어 짙푸르고 털끝부터 누렇게 변할 조짐이다. 강물처럼 찰랑거리는 논 보리밭에 여무느라 바람에 바쁘다. 그때마다 일렁이는 어깨춤으로 보릿대 비비는 사각소리가 부산하다. 구수한 보리밥이 그립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없는 사람의 주식이었을 텐데 지금은 웰빙 음식이 된 보리밥, 먼 길 걸어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시원한 바람이 잘 통하는 곳 부엌이나 대청마루 소쿠리에 대충마른 보리밥, 각설이 옷을 닮은 바늘로 새긴 포재기 덮개가 밥을 지키면 소쿠리 주변에 파리들이 안달이다. 시장한 탓에 보리밥을 한 사발 샘물을 말아 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어보지 않은 자는 말할 수 없다. 보릿대를 구워먹느라 입이 시커머게 그을리고 모닥불에 구워 넘기도 하고 불에 익은 풋보리를 손바닥으로 비비고 불어서 알갱이를 입에 넣으면 그렇게 고소할 수 가없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지만 보리는 아무리 익어도 기세등등하다. 보리밭은 우리에게 양식만 주는 게 아니었다. 사랑이도 주고받는 곳이었단다. 널따란 어느 한 것은 사랑이 그리운 청춘에게는 사랑놀이하기에 적당한 안식처가 되었음이다.
보리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렇듯 봄인가하더니 우리 내 삶을 어디론가 내몰리고 있는 4월이 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겨우내 잠자던 나무들이 소리 없이 다시 깨어나 신록과 아름다운 봄꽃들의 향연을 받으면서 형형색색으로 물들게 하는 풍성함이 넘쳐나듯이 거리에 흐트러진 이팝나무는 마치 사발에 흰쌀밥이 소복이 쌓인 것 같아 이밥이 이팝으로 되었다는 전설에 꽃이 질 때 면 흰 싸락눈이 내리는 듯하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어린 시절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던 기억이 왜이리 새록거릴까. 우리나라의 산야에 흔한 나무중의 하나가 아카시아다. 늦봄에 포도송이 같은 꽃이 피어 향기가 그윽할 때면 배가 고픈 춘궁기로서 그 하얀 꽃을 따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는 지금 중장년기 이후가 될 것이다.
아카시아 꽃이 낙화될쯤에 5월은 간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등 생명의 소중함과 은혜 그리고 존경이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한 시간으로 서로서로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의미 있는 달이다.
자식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 성인이 됨을 축하해주면서 부모와 스승의 깊은 애정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처신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겨볼 수 있는 날들을 함께 모아 놓은 가정의 달이며 감사의 달이다. 예로부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자신의 주위에 늘 널려 있다. 선물중에 가장 큰 선물은 인생 이란 선물이다. 논리적이나 정확한 척도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책에서 배운 데로 사는 것도 아니며 계획적인 듯하면서도 돌발이 넘치는 인생살이에서 가정이란 중요한 기둥이요 울타리 역할을 한다. 건강한 가정이란 경제적인 안정과 의식주 활동을 바탕으로 가족 간에는 소통이 가능하고 휴식과 여가를 공유할 수 있을 때, 사회와 가정을 조화시키면서 가정이 건강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계절에 어느 쪽을 바라보면 기분이 편치 않다. 연일 뉴스에 배달되는 소식은 왜 이리 무거울까.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를 바라보면 그다지 싱그럽지도 새롭지도 못하고 각종 권력형 비리와 극에 달한 패륜범죄, 사건사고를 보면서 계절이 주는 희망과 설렘은 간 곳이 없고, 이런 현실 앞에 탄식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무한한 설렘과 희망을 주는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인 5월에는 기분 설레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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